지하철·공원 겹친 공간도 높이·깊이 한눈에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앞으로 서울의 공원과 도로, 철도 등 도시계획시설이 지상과 지하 어느 위치에 들어서고 다른 시설과 어떻게 겹치는지 3차원(3D)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땅의 지상은 공원, 지하는 다른 시설로 사용하는 복합개발도 높이와 깊이에 따라 구분해 볼 수 있다. 다만 3D 입체도면은 시민의 이해를 돕는 참조자료로, 토지·시설의 법적 경계를 판단할 때는 기존 고시문과 법정도면을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시계획시설을 3D로 구현한 ‘입체도면’을 도입하고 서울도시공간포털과 디지털트윈 플랫폼 ‘S-Map(오픈랩)’을 연계해 시민에게 공개한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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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ap(오픈랩) 입체도면 화면 [이미지=서울시청 제공] |
첫 적용 대상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130번지 일대 재개발사업에서 추진하는 ‘층층공원’이다.
이번 서비스의 가장 큰 변화는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복잡한 공간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도시계획시설이 어디에 들어서는지 확인하려면 평면 형태의 고시도면과 문자로 작성된 결정조서 등을 함께 살펴봐야 했다.
공원이나 도로처럼 지표면에 조성되는 시설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지하철·철도·하수도·통신시설처럼 지하에 설치되거나 같은 장소에 여러 시설이 위아래로 겹치면 상황이 달라진다.
평면도에서는 시설이 같은 위치에 표시되더라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높이나 깊이에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도시계획시설의 복합화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정된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토지 한 필지를 하나의 용도로만 이용하는 대신 지상과 지하, 공중을 나눠 여러 시설을 배치하는 사업이 늘고 있어서다.
공공청사와 체육시설, 공원, 도로, 철도 등이 한 공간에서 복합적으로 조성되면 기존 2차원 도면만으로는 각 시설의 위치와 경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하나의 대지 안에 도시계획시설과 일반 건축물이 함께 들어서는 경우에는 재산권과도 연결된다.
서울시가 입체도면을 도입한 것도 도시공간은 3차원으로 이용하면서 이를 알리는 정보는 여전히 2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용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시민이 서울도시공간포털 지도서비스에서 대상지를 검색하고 도시계획시설 정보를 선택하면 S-Map에 구현된 입체도면으로 연결된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인터넷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PC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가 직접 화면을 회전하거나 확대·축소하고 시점을 변경할 수 있다. 시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뿐 아니라 아래와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어 지상과 지하의 공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화면 온·오프 기능을 이용하면 실제 시설이 조성되는 표면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경계면을 각각 표시해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첫 사례인 미아동 층층공원은 입체도면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층층공원은 오패산과 미아역 일대의 녹지축을 연결하기 위해 조성되는 공원이다. 지형과 건축물에 따라 공원이 조성되는 높이가 달라 일반적인 평지 공원과 공간 구조가 다르다.
기존 평면도에서는 공원이 어디에 조성되는지는 볼 수 있어도 위치별로 어느 높이에 들어서는지, 민간 소유 공간과 공원 공간이 수직으로 어떻게 나뉘는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이 사업에는 ‘구분지상권’이 활용된다. 민간의 토지 소유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원으로 사용하는 일정 공간에 구분지상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구분지상권은 토지 전체가 아니라 지상이나 지하의 일정한 범위를 정해 해당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예컨대 하나의 토지를 평면적으로만 보면 같은 필지이지만 3차원으로 보면 일정 높이의 공간은 공원으로 사용하고 그 아래나 위의 다른 공간에는 별도의 권리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입체도면을 활용하면 이처럼 토지와 공원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민에게 다소 생소한 ‘입체공원’이라는 용어를 쉽게 알리기 위해 네이밍 공모를 거쳐 ‘층층공원’이라는 명칭을 정했다.
시민은 서울도시공간포털 지도서비스에서 ‘미아동 258-554’를 검색한 뒤 ‘도시계획→도시계획시설’로 들어가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고시도면뿐 아니라 토지이용계획도와 레벨평면도, S-Map 입체도면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다만 입체도면을 부동산 거래나 재산권 판단을 위한 법적 자료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3D 도면은 법적 효력을 갖는 법정도면을 대체하지 않는 ‘참조도’다. 복잡한 도시계획 결정 내용을 일반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보조자료에 해당한다.
따라서 재개발 사업이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도시계획시설의 정확한 경계나 토지 권리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면 기존 도시관리계획 고시문과 법정도면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3D 화면과 법정도면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도 법적 판단의 기준은 법정도면과 고시 내용이다. 당장 서울 모든 도시계획시설을 3D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는 미아동 층층공원을 첫 사례로 적용한 뒤 기존에 결정됐거나 앞으로 결정되는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시민 생활과 밀접하면서 입체적으로 확인할 필요성이 큰 시설부터 순차적으로 입체도면을 만들 계획이다.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여러 도시계획시설이 같은 공간에 중첩되는 사업이다.
철도와 도로가 지하·지상으로 교차하거나 공원과 건축물이 함께 조성되는 사업,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대형 복합개발 등에서는 시설 간 수직적인 위치관계를 3D로 확인할 필요성이 크다.
서울시는 입체도면 도입에 앞서 도시계획시설을 3차원 공간에 결정하는 기준도 손봤다.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시설의 중복·입체적 결정 기준을 개선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복·입체적 결정 조서 및 도면 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중복결정’은 하나의 토지에 둘 이상의 도시계획시설을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다. ‘입체적 결정’은 토지 전체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대신 시설이 실제로 위치하는 일정한 공간만 구획해 결정한다.
그동안에는 세부적인 표준 양식이 없어 사업별로 공간 범위를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같은 형태의 사업이라도 작성 주체에 따라 높이와 깊이, 시설 경계를 표시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 복합화 형태를 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유형별 조서 작성 기준과 단면도·평면도·입체 투시도의 세부 작성 기준을 마련했다.
앞으로 사업이나 작성 주체가 달라지더라도 도시계획시설의 공간적 범위를 일관된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관련 가이드라인은 서울도시공간포털 ‘정보광장→자료실’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3D 도시계획 정보가 확대되면 활용 범위는 시민 열람을 넘어설 수 있다.
도시계획 결정·고시 단계에서는 주민이 자신의 생활권에 들어설 시설의 실제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평면도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도 도시계획 변경이 주변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시행과 공사 단계에서는 시설끼리 공간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나 위험요인을 사전에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준공 이후에는 토지와 시설의 수직적·공간적 경계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소유자와 이용자, 관리 주체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계 관련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법정도면을 보완하는 참조자료로 입체도면을 우선 도입한 뒤 적용 대상과 제공 정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입체도면은 전문가 중심의 복잡한 도시계획 정보를 시민 누구나 직접 돌려보고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는 첫걸음”이라며 “내가 사는 지역의 공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민이 쉽고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상 시설과 제공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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