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올해를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으로 삼아야"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이 산업재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7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회피와 산재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권오갑 HD현대 회장의 구속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전사적 특별 안전점검 실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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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회사측이 반복된 중대재해에 대한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며 권오갑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
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HD현대중공업은 처벌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업무 중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치료 중단을 강요하고, 부당한 압력과 회유, 협박을 통해 산재 사실 자체를 은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창사 이래 HD현대중공업에서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최소 476명에 달한다”며, “더 이상은 ‘죽음의 공장’,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4년 12월 발생한 ‘골리아스 8호기 전기 폭발 사고’에 대해선 “고전압 전원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리를 강요 당해 발생한 중대 재해”라며 “두 명의 노동자가 생명을 잃을 뻔한 심각한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해당 사고 피해자가 부산의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회사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회유와 협박으로 요양 중단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도장부서에서도 산업보건 문제가 제기됐다. 노조는 “무용제 사용 이후 원하청 노동자들 사이에 피부발진이 급증했으나, 회사는 이를 단순한 개인 알레르기로 축소하고 있다”며 “노조의 사용 중단 요청과 유해성 조사 요구에도 묵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조는 “HD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 은폐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최고경영자인 권오갑 회장을 포함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같은 날 ‘추락·끼임 등 9대 절대 불가 사고’ 관련 안전수칙 위반 시 즉시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로 명명된 새로운 안전보건 경영 체계는 8월 18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번 조치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수차례 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는 ▲18톤 경판에 깔린 60대 하청 노동자 사망 ▲17m 높이 추락사 ▲문에 끼임 사고 ▲아르곤 가스 질식사 등 네 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당시 책임자들은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4년에도 비극은 계속됐다. 2월 12일 쉐난도 탑 사이드 블록 스키딩 작업 중 APS 이탈 사고로 60대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후 ‘2차 사고 예방 안전조치’를 발표했음에도, 불과 두 달 뒤 같은 장소에서 추락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30대 노동자가 메탄올 탱크 밀폐공간에서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475번째 사망 사고였다. 올해 1월 14일에는 조선소 내 도로에서 트레일러와 오토바이 충돌로 50대 직원이 사망하며, 누적 사망자는 최소 476명으로 집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반복되는 산재 사망은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산재 유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투자·대출 제한 등 초강경 대책을 주문했다.
또 “올해를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실효성 있는 단속과 감축 목표 달성을 강력히 지시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문제는 정부의 산재 근절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자 의견을 반영한 제도개선 여부가 핵심 관전포인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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