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달려가 대기해도 다음날 아침 입장
3040 향수 자극, 영화로 입문한 20대 팬층 합류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칼퇴하고 왔는데 지금부터 기다리면 내일 아침 입장할 수 있대요”
지난 26일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 마련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정판 굿즈 팝업스토어에는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인파가 몰렸다. 매장 앞 복도에선 한파를 뚫고 온 2040 소비자들이 캠핑 의자에 앉아 작품 얘기를 나누며 밤샘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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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저녁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 매장 앞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입장 대기 중인 방문객들 [사진=김형규 기자] |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4일 국내 개봉한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만화책이 완결된 지 26년 만에 나온 극장판이지만 3040 세대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 중이다. 27일 기준 167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해당 작품 국내 수입사 SMG홀딩스와 현대백화점그룹이 함께 기획했다. 이 행사는 내달 7일까지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리고 같은 달 10일부터 22일까진 더 현대 대구에서 진행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개점 첫날인 26일 1000여 명의 방문객이 방문했다.
이날 저녁 6시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앞에서 대기 중인 방문객은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 정문을 사이에 두고 내‧외부로 나뉘어 있었다.
내부에서 기다리는 방문객은 개점 전날인 지난 25일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 미리 와서 대기한 사람들이었다.
26일 오후부터 온 방문객들 대다수는 백화점 문 바깥 복도에서 대기 중이었고 다음 날 아침에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퇴근하고 바로 달려왔음에도 밤새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리는 방문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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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저녁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 매장 앞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입장 대기 중인 방문객들 [사진=김형규 기자] |
복도에 대기 중인 인원은 대부분 각자 준비해온 소형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아 있었다. IFC몰로도 연결되는 지하였지만 한파의 냉기가 들어오고 있어 패딩 외투를 껴입어야 했다. 일부 담요를 뒤집어쓰거나 핫팩을 쥔 대기자도 보였다.
이날 오후 방문해 복도에 앉아 있던 김해선(25) 씨는 “굿즈를 사기 위해 인천에서 와서 2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내일 아침 10시 반에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원작이 연재되던 시기에 만화책으로 슬램덩크를 접한 3040 세대와 달리 20대 소비자는 이 작품을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극장판 관람 후 만화책을 역으로 찾아보고 굿즈에 관심을 가졌다는 20대 방문객도 있었다.
서울 신림동에서 온 신명철(26) 씨는 “원작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유명해서 알고는 있었다”며 “이번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고 원작도 나중에 찾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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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저녁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입장 대기 중인 방문객들 [사진=김형규 기자] |
영화가 폭넓은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이번 팝업스토어는 20대부터 3040 세대까지 모두 겨냥한 굿즈들이 준비됐다.
‘에이카화이트’, ‘스미스앤레더’와 같이 1020 세대 사이 잘 알려진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들 인기도 높았다. 이 제품들은 후드집업 상의가 11만 9000원, 코치자켓(바람막이 외투)가 21만 9000원 등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으나 모두 당일 재고를 소진했다.
특히 이번 팝업스토어가 한정판 굿즈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최근 MZ세대의 취미로 자리 잡은 ‘한정판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세곡동에 거주 중인 김동우(25) 씨는 “애니메이션‧취미 동호회 활동 중이었고 이번 영화도 재밌게 봤다”며 “평소 한정판 스니커즈나 굿즈 등을 즐겨 구매하는 편이라 슬램덩크 협업 굿즈에도 관심을 갖게 돼 방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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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 진열 중인 굿즈 [사진=김형규 기자] |
개점 첫날 준비된 모든 수량은 단번에 품절됐다. 특히 작품 속 캐릭터들의 피규어와 유니폼을 찾는 구매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모두 수입 제품이지만 패키징은 국내에서 특별 제작됐다.
팝업스토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는 정대만이었다. 원작의 주인공인 강백호‧서태웅과 극장판의 주인공 송태섭도 선호도가 높았지만 정대만 굿즈를 찾는 방문객이 가장 많았다. 정대만은 일본 내 독자 인기 투표에서도 1위를 하는 등 팬층이 두터운 캐릭터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SMG홀딩스 관계자는 “한국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향한 관심이 이 정도로 높다는 사실에 일본 원작자도 놀라워하고 있다”며 “높은 인기에 팝업스토어 일정 확장도 고려하고 있지만 관련 상품 수입‧제작 일정상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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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내부 [사진=김형규 기자] |
한편 팝업스토어가 진행 중인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 매장은 지난해 2월 원소주 팝업 행사가 열려 오픈런으로 한 차례 화제가 됐던 자리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슬램덩크 행사의 인기는 원소주 이후 스트레이키즈, 뉴진스와 같은 유명 아이돌의 행사를 열었을 때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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