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높은 에너지 밀도, 위험성 있어"
정부 분류상, 리튬은 '일반 화학물질' 안전 기준 개선 필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참사는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를 냈다. 이번 사고는 리튬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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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952년 방영된 NHK 라디오 드라마 ‘너의 이름은’은 극작가 기쿠타 가즈오의 대표작이면서, 서로 이름도 모르는 채 만날 듯 만나지 못하던 연인이 끝내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청춘 이야기의 전형을 확립한 드라마다. 시대별로 수차례 리메이크 되었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원작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1945년 5월24일, 도쿄에 미국 공군의 소이탄이 무차별로 투하된 대공습의 날에 시작된다. 소이탄의 살상력은 지옥 그 자체였다. 옷에 약간만 불이 붙어도 금세 온몸을 뒤덮었고, 물속에 뛰어들어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이탄으로 인해 사망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스스로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등 아비규환 그자체였다.
소이탄의 원재료는 백린으로,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 2차전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2차원 소재다. 2차원 소재란 사물인터넷, 휘어지는 소자, 초저전력 소자, 차세대 배터리, 정수 필터, 우주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파급력이 큰 원천기술이다.
이중 리튬 전지에 사용되는 것이 흑린인데, 흑린은 백린과 적린을 고온·고압 환경에서 처리해 제작한다. 그렇기에 전기차 등에 불이 붙으면 다 탈 때까지 그 어떤 수단으로도 끄기가 쉽지 않다.
아리셀 공장의 화재도 공장 3동 2층에서 리튬 배터리 1개에 불이 붙고, 이 불길이 다른 배터리 3만5천개 확산되는 동안 진화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2차전지와 1차 전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삼성SDI 관계자는 “가역성, 즉 충전이 되느냐 안되느냐로 분류된다”고 메가경제에 전했다.
LG 에너지솔류션 관계자도 “1차 전지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충전할 수 없지만, 2차 리튬이온 전지는 사용 후 충전하여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어 휴대폰, 노트북 등 다양한 전자 기기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안전성은 어떨까?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업계로부터 듣기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성 화재와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수”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른 관계자는 “리튬과 리튬이온전지, 전혀 별개의 문제로 화성 사건은 ‘리튬’에 국한된 문제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이차전지 활용이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중대형 기기로 넓어지면서, ESS의 빈번한 화재 등 안전성 논란도 커지는 상황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불량 관리 시 폭발 및 화재 위험이 높다고 진단한다.
한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관계자는 “리튬은 자연발화성 및 금수성 속성을 지닌 금속물질이어서 고온·고압이나 수분 등 특정 외부환경에 노출되면 쉽게 폭발을 일으킨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화성 사건은 안전관리에 대한 총제적 부실이 낳은 대참사였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문제의 화성 공장에는 리튬 화재 감지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지난 22일에도 소규모 화재가 있었기에 정부의 부실한 안전관리도 도마위에 올랐다.
리튬은 그 안전성 논란에도 아직까지 화학물질관리법이 정한 기준에는 유해 화학물질이 아닌 일반 화학물질로 분류된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리튬을 다루는 영세업체는 경기도에만 3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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