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글의 선율을 일깨운다"...캘리그라피 작가 모은영

파워인터뷰 / 이동훈 작가 / 2023-10-17 14:16:19

[메가경제=이동훈 작가] 인간은 그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존재이다. 티끌 같은 깨달음이 쌓이고 쌓여, 인고의 끝에서야 피우는 열매가 있다. 한글도 시간의 계단을 밟아가며 내면 혹은 문명을 표현하는 예술로 완성된다. 

 

캘리그라피 작가 모은영, 그녀 역시 한글이 도달 가능한 미 적 최대 영역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마치 대장장이처럼 수만 번의 붓놀림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 모은영 작가.

 

◆ 캘리그라피, 한글을 위한 오케스트라

 

“캘리그라피는 한글을 위한 오케스트라에요.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글씨체를 사용해 한글의 선과 획이 가진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해냅니다.”

 

이런 면에서 모은영 작가는 캘리그라피의 지휘자로서 손색이 없는 작가이다. 현재 그녀의 작품은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그녀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대학에 열린 한튀수교 65주년 기념 한-튀 국제미술 교류전에 참여해 현지인들에게 직접 한글 캘리그라피를 시연했다.

 

“해외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 만큼 자랑스러운 순간도 없을 거에요. 2017년부터 장기기증의 날과 어린이날에 캘리그라피 재능기부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작품을 받은 분들의 밝은 표정을 볼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모은영 작가는 (사)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사)한국미술협회,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 캘리그라피디자인그룹 어(語)울림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캘리그라피의 저변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백석예술대, 연성대학교, 명지전문대, 국립 군산대 외래 교수를 역임하며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캘리그라피를 취미로 하고 싶다면 붓펜이나 일반펜으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붓 캘리그라피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초반에 좌절을 느낄 거에요. 하지만 붓 캘리그라피는 붓이 표현해내는 물성 자체가 심적으로 굉장한 편안함과 감흥을 줍니다. 이 즐거움에 빠지면 캘리그라피의 매력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 모은영 작가 작업실.

 

◆ 시작은 쓰나 그 끝은 달콤하리니, 작가로의 여정 

 

그녀가 처음부터 캘리그라피와의 로맨스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동시에 야간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힘겨운 학업 생활을 이어갔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고 육아에 힘쓰느라 다니던 직장마저 관둬야 했다. 그러나 디자인의 열망은 그녀를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끈다. 바로 국내 한글 폰트의 신화인 산돌커뮤니케이션에 취직된 것이다. 

 

“한글로 한국을 마케팅하다. 우리 산돌의 좌우명이었죠. 여기서 폰트, 한글, 타이포그래픽과 같이 글꼴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캘리그라피를 접했고, 그 매력에 푹빠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시각ㆍ커뮤니케이션디자인전공 미술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정식으로 등단한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성장해온 느티나무와 같은 그녀의 캘리그라피 인생, 현재 그녀는 국내 캘리그라피를 선도하는 대표작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캘리그라피 작가로서의 지명도는 각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캘리그라피 디자이너로서 한국 몽골합작영화 ‘남으로 가는 길’(제작:코탑미디어) 타이틀BI, 프리미엄 소주 ‘여수의 밤’, 수제맥주 ‘여수낭만바다’ BI, 사단법인 ‘문화의창’BI, 현대상선 홍보영상 등을 비롯해 기념식, 출판서적 등 곳곳에서 그녀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정부기관과 대기업의 러브콜도 상당하다. 감사교육원, 서울시교육연수원, 박물관, 삼성전자, 롯데그룹, LG화학, CJ, 현대자동차, 동부대우전자, 빙그레 등 각 기업의 캘리그라피 특강 때마다 초청 강사로 나선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일 캘리그라피 교류전, 한글일일달력전, 한글멋글씨전, 독도특별전, 협회회원전, 국립한글박물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초대전 등 전시 활동도 활발하다. 

 

이런 그녀를 지켜보고 스승은 갈매라는 호를 지어줬다. 

 

▲ 모은영 작가 작업도구들.

 

◆ 한글의 아름다움을 캘리그라피 감성으로 소통한다

 

“갈매는 북쪽에서 주로 서식하는 갈매나무의 열매에요. 추위에 강하죠.” 

 

갈매, 세한(歲寒)을 견디고 핀 열매처럼, 작가 모은영은 오랜시간 일하고 공부하며 꿈을 놓지 않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며 결실을 맺었다. 그녀는 한글 캘리그라피의 미학과 전통 기법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글은 우리나라의 IT발전과 한류를 이끄는 구심점이 되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캘리그라피의 미래는 한글이 있는 한 빛나고, 널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저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캘리그라피 감성으로 소통한다’는 모토처럼 세계 속에 한글의 가치와 멋을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모은영 작가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빚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가이다. 그녀의 작품이 단순한 글씨가 아닌, 감동을 전하는 작품인 이유이다. 

 

글을 쓴 이동훈은 현역 기자이면서 영화 각색가 및 어린이도서작가로 활동 중이다. 의료상, 보도대상 등을 수상했고, 보건복지부 미래의료포럼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 경기도빙상경기연맹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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