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배터리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종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내린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 관련 컨퍼런스콜을 열고 합의 타결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라고 SK이노베이션 측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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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
앞서 10일(현지시간) ITC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 측 손을 들어주며 완승을 선언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TC 결정이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탈취로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30여 년 간 수십 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 받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작년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으로 하루 빨리 소송 마무리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충분한 합의금을 제시한다면 타결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만큼 앞서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금액 수준을 받아 들이기 어려워 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황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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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CI |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눈높이'에 맞는 합의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재개한다 하더라도 결국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하는 수준의 합의금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막대한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배터리 사업에서 재무적 부담을 이겨내기 어려울 수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정유산업 중심에서 배터리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국내외 관련 투자를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을 만드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과 윤활기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등으로 자산유동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합의금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재무구조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가 사업을 아예 못 하는 상황을 기대하진 않는다"며 "향후 미래 수주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당사와의 합의 타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11일 보도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측 ITC 소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레이텀 앤 왓킨스(Latham & Watkins LLP)의 관계자 언급을 인용해 이번 판결이 SK이노베이션 측에 '최악의 결과'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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