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원료약 가산 '그림의 떡'…업계 "제조소 인정 범위 확대·수입 다변화"

제약·바이오 / 김민준 기자 / 2026-10-20 08: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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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권자 자체 제조소만 인정…국산 원료 자급화 취지 무색·약가 가산 실효성 논란
국회 "인정 범위 재검토·실태조사 필요"…심평원, 민관협의체 통한 제도 점검 예고
대체 수입처 발굴·공급 국가 다변화 제기…국제 기준 부합 생산체계 업체 확보 제언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약가 가산 제도가 '허가권자 본인의 제조소 생산분만 인정한다'는 기준에 막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제약업계는 자회사·계열사를 통한 원료 생산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한 인정 범위 재검토와 사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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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에 따르면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원료직접생산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의 인정 범위 문제를 짚었다.

 

백 의원은 "악용 우려를 차단하려다 인정 범위를 '자사 제조소' 직접 생산으로 지나치게 좁혀 놓아, 현재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과 가산 품목이 없다"며 제도가 국산 원료 자급화라는 당초 취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 방향과 원료직접생산 인정 기준 사이의 불일치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의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고시는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 또는 원료직접생산의약품이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약가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원료직접생산의약품은 품목 허가권자의 제조소에서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허가권자의 자회사나 모회사, 계열사가 원료를 생산하더라도 해당 제조소는 인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은 국내 제조소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복수의 국내 제조소에서 생산한 경우도 인정 범위에 들어가며, 원료 생산 주체가 완제의약품 허가권자 본인인지 계열사인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같은 약가 가산 제도 안에서도 유형별로 기준이 엇갈리는 셈이다.

 

◆ 업계 "계열사·자회사 생산도 인정해야"


제약업계는 원료 직접생산 기준에 자회사·계열사 생산을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산 원료 사용을 유도하는 한편, 국산 원료 자급화와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 중국·인도산 원료 공급 의존도 개선을 위해서는 자회사·계열사까지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행 기준으로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며 "국내 제약산업 구조상 계열사나 자회사를 통해 생산한 원료로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사례가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할지 외부에서 조달할지는 기업의 경제성과 생산 여건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술로 생산할 수 있는 원료가 있더라도 생산시설 구축·운영 비용, 환경 부담, 입지 문제 등을 고려하면 기업이 직접 생산에 나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약가 등 사업 환경에서 국내 생산의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이 문제는 특정 기업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는 사안"이라며 "국산 원료를 쓰려 해도 메리트가 전혀 없고, 보건안보 측면에서도 이런 기준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 "보건의료 안보 차원…2027년 4월 전 대안 마련해야"


백 의원은 코로나19 당시 중국·인도 등 원료의약품 공급국의 수출 제한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이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원료 자급화는 보건의료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료직접생산 약가 가산 역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인 만큼,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좁으면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현황·실태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인정 범위와 단서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 개편 약가가 현장에 적용되는 2027년 4월 이전까지 현장 실정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승권 심평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민관협의체와 관계기관 간 소통을 이어가면서 점검하겠다"고 답변했다.

 

◆ "공급망 안정 위해 국내 생산만 답 아냐…공급국 다변화도 필요"


원료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국내 생산만을 대안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내 생산 확대와 함께 대체 수입처를 발굴하고 공급 국가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에서 원료를 조달한다는 이유만으로 품질을 낮게 평가하기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체계를 갖춘 업체를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분업과 개방형 혁신이 확산된 산업 환경과도 연결된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세계 각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듯 제약산업도 자체 생산과 외부 조달, 계열사 간 협력, 해외 공급망 활용 등을 기업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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