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학교 집단 식중독 파문, BBC '김치 종주국 민낯' 보도 망신살

유통·MICE / 주영래 기자 / 2024-07-09 14:35:23
영국 BBC, 집단 식중독 소식 전해...가장 많이 읽은 기사 'Top 8'
업계 "급식용 김치 최저가 입찰 방식 문제...식품 안전 담보해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남원시 소재 20여 개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을 영국 BBC가 보도하면서 김치 종주국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BBC는 지난 7일 'Kimchi blamed for mass sickness i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남원시 학교 집단 식중독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남원시에서 약 1000명의 학생이 노로바이러스로 오염된 김치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며 "김치는 학교 급식을 통해 납품됐고 24개 학교의 학생과 직원들이 구토, 설사,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가장 많이 읽은 BBC 기사 목록 8위에 오르기도 했다.

 

▲ 남원시에서 발생한 학교 집단 식중독 사건을 유력 외신인 BBC가 보도했다. [사진=BBC캡쳐] 


관련 업계에서는 유력 외신의 보도로 김치 종주국의 민낯을 전 세계에 드러났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알몸 김치' 파동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는데, 김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 김치 때문에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면서 "K푸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자칫 식품업계 전체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수의계약 납품이 배경으로 드러났다. 식품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저가 우선 계약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교급식과 같은 대규모 집단 급식장은 공공조달입찰시스템인 '미트(MEAT)'를 통해 납품되는 구조다. 대부분 저렴한 단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어 단가에 따라 낙찰이 판가름 난다. 김치의 경우 지난 2011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지정됐으며, 2018년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B2B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급식용 김치는 중소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식품 안전 전문가는 "학교급식과 군급식 등에 적용되는 공공 입찰 시스템은 단가 경쟁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 식품 안전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상대적으로 식품 안전 역량이 높은 대기업 제품도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 대기업 한 관계자는 "영세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에 비해 식품 안전 역량이 떨어질 수 있어 식품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학교급식이나 군급식처럼 대규모 인원이 취식하는 단체급식은 집단 식중독 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 입찰 시장의 단가 위주 경쟁보다 식품 안전을 먼저 고려한 입찰시스템으로 개편될 필요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앞서 남원시는 지난 3일 관내 24개 초중고에서 대규모 집단 식중독 의심 환자가 1000여 명에 달하자 남원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대응하고 있다.


학교 집단 식중독의 원인으로 지목된 품목은 김치였다. 남원시는 해당 김치 업체의 모든 생산 제품에 대해 잠정 제조·유통·판매 중단 조치와 함께 모든 생산·유통 제품의 자율 회수를 진행 중이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에 들어간 상태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해당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메가경제 취재 결과 남원시는 해당 김치 업체에 대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원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해당 업체를 공개할 수 있다”면서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업체를 공개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상황 종료 시까지 '선제적이고 과할 정도의 대응'으로 시민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식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학생들은 학교재난공제회에서 치료비를 보전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월 기준으로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에서 확인된 남원시 김치 납품업체는 부귀농협남원점 한 곳뿐이다. 해당 업체는 남원 용성중학교와 하늘중학교의 6월 김치 물량을 낙찰받았다. 낙찰 방식은 예정가의 90% 이상 입찰가 중 최저가 입찰 방식이다.


다만 부귀농협남원점이 납품한 김치는 학교 집단 식중독 발생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학교들은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김치를 납품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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