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저수수료에 챗GPT 이용권까지
실시간 시세·차트 데이터·주문 API 제공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개인투자자가 자신만의 투자전략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실제 증권계좌와 연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국내외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과 채권, 금현물까지 시세 조회와 분석, 주문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Open API)를 내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코딩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도 프로그램 제작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NH투자증권은 Open API 서비스 ‘Namuh PLUG(나무 플러그)’와 ‘N2 PLUG’를 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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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NH투자증권 제공] |
PLUG는 고객이 직접 개발한 투자 프로그램과 NH투자증권 거래 시스템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외부 프로그램에서 시세를 조회하고 계좌 잔고를 확인하거나 실제 주문을 실행할 수 있다.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증권사가 제공하는 화면과 기능 안에서 투자자가 직접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하는 방식이라면 Open API는 투자자가 원하는 투자전략과 기능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가령 주가나 거래량이 투자자가 설정한 조건에 도달하면 프로그램이 이를 포착하도록 만들 수 있다. 여러 종목의 시세를 동시에 수집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도 자동화할 수 있다. 여기에 주문 기능을 결합하면 정해진 조건에 따라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확장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서비스명 ‘PLUG’에도 어디서든 플러그를 꽂듯 투자자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거래 시스템과 쉽게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공 기능은 주문에 그치지 않는다. NH투자증권이 공개한 PLUG 서비스에는 실시간 시세와 통합 계좌관리, 투자정보, 주문, 차트 데이터 등이 포함됐다.
별도 시세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실시간 가격 정보를 이용할 수 있으며 투자전략 검증이나 데이터 시각화에 활용할 수 있는 시계열 차트 데이터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이 보유한 투자정보 역시 API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 자산 범위도 넓혔다. 국내외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과 채권, 금현물 등 다양한 금융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투자자는 주식 한 종류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자산을 조합한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여러 계좌를 사용하는 고객의 인증 절차도 간소화했다. 기존에는 계좌별로 보안 인증키를 각각 발급받아야 했지만 PLUG에서는 한 차례 연결로 고객번호에 속한 여러 계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미성년자 계좌와 주문대리인 계좌, 일임계좌도 통합 연동할 수 있다.
이는 여러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에게 단순한 로그인 편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계좌별 잔고와 주문을 관리할 수 있어 계좌마다 서로 다른 투자전략을 운용하거나 전체 자산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API 이용자의 거래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체계도 마련했다. API 거래 수수료는 국내주식 0.01%, 해외주식 0.09%다. NH투자증권은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동매매는 투자전략에 따라 일반적인 투자보다 거래 횟수가 많아질 수 있어 수수료가 실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매매전략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잦은 거래로 발생한 수수료와 세금 등을 제외하면 최종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비스에서 NH투자증권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생성형 AI다. 그동안 증권사 Open API는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수 있는 개발자나 퀀트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했다. 투자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를 코드로 직접 구현하지 못하면 접근하기 어려웠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이 같은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투자자가 원하는 조건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AI를 활용해 코드 초안을 작성하거나 오류를 수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주가와 이동평균선, 거래량 등을 조합한 매수 조건을 자연어로 입력하고 생성형 AI를 이용해 이를 코드로 구현한 뒤 PLUG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이 API 첫 거래 고객에게 ChatGPT Plus 이용권을 제공하는 것도 Open API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투자 환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AI를 활용한 코딩과 AI가 투자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투자자가 설정한 전략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지만 해당 전략의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AI가 생성한 코드에 오류가 있거나 주문 조건을 잘못 설정하면 의도하지 않은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동주문 프로그램은 사람이 주문 직전 다시 판단하는 과정 없이 거래가 실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Open API 자체에도 호출량 제한이 존재한다. NH투자증권의 PLUG 개발 안내에는 시스템 전체 또는 애플리케이션·API별 허용된 호출 건수를 초과할 경우 발생하는 별도 오류코드가 제시돼 있다. 여러 종목의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투자전략이라면 이런 시스템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 급변과 통신 장애, 서버 지연 역시 변수다. 프로그램에 설정한 가격과 실제 주문이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가격이 달라지는 슬리피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동매매 이용자는 실제 투자에 앞서 전략 자체의 성과뿐 아니라 프로그램이 주문 수량과 가격을 정확하게 처리하는지, 예외 상황에서 주문을 중단하도록 설계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서비스는 증권사의 디지털 경쟁 영역이 HTS·MTS에서 ‘개발 환경’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과거 개인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의 경쟁이 낮은 수수료와 빠른 주문,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고객이 증권사의 데이터와 주문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투자 환경을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방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생성형 AI는 이런 변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개인도 코드 작성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전문 개발자와 퀀트 투자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Open API 이용자층이 일반 투자자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고객이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시세 조회와 주문은 해당 증권사의 시스템을 거쳐 이뤄진다. 투자자가 원하는 환경을 직접 만들도록 개방하면서 거래 고객을 자사 플랫폼 생태계에 묶어둘 수 있는 구조다.
NH투자증권은 정식 출시를 기념해 Namuh PLUG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API 사용 신청을 완료한 고객에게는 API 거래 전용 국내주식 매매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 최초 신규 고객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주식 24개월 수수료 무료 혜택이 우선 적용돼 최대 2년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PI를 이용해 첫 거래를 마친 고객에게는 월 2만 9000원 상당의 ChatGPT Plus 1개월 이용권을 증정한다. API 사용 신청을 완료한 선착순 1000명에게는 전용 멀티플러그 굿즈도 제공한다.
서비스와 이벤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나무증권 애플리케이션(앱)과 PLUG 전용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PLUG의 성패는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보다 개인투자자가 실제로 얼마나 쉽게 자신만의 투자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시세와 차트 데이터, 투자정보, 주문 기능을 하나의 API 환경에서 제공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개발문서와 예제 코드, 테스트 환경, 장애 대응 체계 등이 뒷받침돼야 일반 투자자의 이용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AI가 작성한 코드를 실제 투자 프로그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얼마나 줄이고 초보 이용자가 안전하게 전략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가 관건이다.
강민훈 NH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 대표는 “이제 투자의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정교하고 우수한 투자 전략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며 “Namuh PLUG는 단순한 API 제공을 넘어 고객의 투자 아이디어를 실제 성과로 이어주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AI 기술 및 다양한 개발 환경과의 결합을 통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 투자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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