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무용론 딛고 '초격차 기술'로 선두도약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기술 혁신’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삼성중공업을 '바다의 절대 강자'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조선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흔들림없는 기술경영과 혁신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통해 삼성중공업을 화려하게 부활시켰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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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식 기술 경영을 대표하는 아이콘중 한 명이다. [사진=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5019억원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만 5조원 이상에 이른다. 주요 적자 원인은 해양플랜트로 지적된다.
원인은 국제 유가 시장 흐름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폭등하던 시기에 바다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하는 해양플랜트 설비인 드릴십을 대거 수주했다.
공교롭게도 2014년 저유가 시대가 시작되면서 2016년에는 한 건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게 됐다. 심지어 유럽 일부 선주사들이 무리한 설계변경 등을 빌미로 드릴십 인수를 거부하면서 악성 재고를 떠안는 일도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전격 제출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해양플랜트 무용론을 앞세우며 삼성중공업을 압박했다.
더욱이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경영승계 과도기에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단 이재용 회장은 방산과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와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도 삼성중공업을 팔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생명 등 6개 계열사가 참여한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중공업을 지원하며 존속을 위한 최소한 장치를 마련했다.
당시 삼성중공업 내부에서는 ‘매각’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존재했었다.
한 전직 임원은 “이재용 회장이 거제조선소를 찾은 건 2015년이 마지막인데다, 팔지 못해 삼성중공업을 가지고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반대로 재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은 1974년 8월 설립돼 그룹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해왔던 곳으로 할아버지인 이병철 창업주,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자취가 남은 상징적인 곳이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들이 오갔다.
삼성중공업 분위기는 이재용 부회장이 2021년 8월13일 가석방되고, 2022년 7월 29일 형기 만료되면서 반등한다. 그 첫 신호탄이 최성안 부회장 대표이사 부임이다.
최성안 부회장은 196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기술직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병철, 이건희 선대회장들의 기술 일등주의를 계승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30년 넘게 삼성엔지니어링에 몸담으며 기술 전문가로 성장했다.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재직 시절 뛰어난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위기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5년 만에 영업이익을 30배 넘게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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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진 위기로 한때 매각설이 돌았던 삼성중공업. [사진=삼성중공업]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기술경영’을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최성안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2022년 삼성중공업 대표로 발령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땅꾼(*삼성엔지니어링의 육상플랜트)이 바다 사나이(*삼성중공업의 해상플랜트)가 됐다는 식의 비유들이 오갔다.
이재용 회장 인사는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성안 부회장은 육상전문가이면서도, 삼성중공업의 성장동력원을 바다로 짚었고, 해양플랜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효율적인 비용 절감으로 자금 압박을 피하면서, 기술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최성안 부회장은 실력 못지않게 운(運)까지 갖춘 경영자였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미국의 셰일오일이 유럽으로 흘러가면서 LNG선들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LNG 주문이 늘면서 FLNG 등 해양플랜트 수요도 증가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2023년 영업이익 2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개선하며 흑자전환 했다. 회사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4.7% 증가한 8조9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발생한 6000억 원대 파생상품 거래손실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5.5% 늘어난 502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6% 증가한 9조 9031억 원이다.
삼성중공업의 향후 전망도 밝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중국 위슨(Wison)조선소를 제재하면서 삼성중공업의 델핀 FLNG 2~4호기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정제하고, LNG로 만들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를 말한다. FLNG는 척당 가격이 2조~4조원에 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12척과 맞먹는다. 영업이익도 10%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이다.
삼성중공업은 FLNG의 초격차 기술 보유기업이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위슨이 사실상 국제 무대에서 퇴출되면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모잠비크 코랄 술 FLNG 2호기, 캐나다 웨스턴의 FLNG 프로젝트 역시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매년 2척 이상의 FLNG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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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공기저항 저감 장치 '세이버윈드캡'을 적용한 선박. [사진=삼성중공업] |
여기에 친환경 에너지의 수요증가에 따라 LNG 운반선의 몸값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 LNG운반 건조 기술은 중국 조선업계보다 한참 앞서는 수준이다.
현재 최성안 부회장은 삼성중공업 미래를 위해 차세대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 공기저항 저감 장치인 '세이버 윈드캡' 등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선박 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 혁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메가경제에 “올해도 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과 FLNG를 비롯한 고부가 해양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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