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실효성 vs 기업 절차권리…본안 결과 따라 공정위 조사관행 '시험대'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화 기업에 내린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처음 정지하면서 향후 본안 소송에서 공정위 현장조사의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자료제출명령은 행정기관이 조사 대상 기업이나 개인에게 조사에 필요한 문서·전자파일·회계자료·통신내역 등 특정 자료를 제출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행정상 조사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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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4] |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한화의 자료 제출 의무를 일시 중단한 데 그치지 않고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권의 범위와 절차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한화 사건에서 공정위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확보·확인하려던 문자메시지 관련 자료를 한화가 제출하지 않자 해당 캡처본이 담긴 USB를 별도로 제출하라는 명령에서 불거졌다.
한화는 조사 과정에서 공정위 측이 휴대전화 직접 조작과 장시간 보관, 사물함 확인, 녹음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의 활용 여부도 쟁점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 9일 한화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공정위의 자료제출명령 효력을 2027년 1월31일까지 정지했다.
특히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내려진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이 법원 결정으로 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갈등은 공정위가 지난 7월 한화그룹의 브랜드 사용료 내부거래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추후 본안 소송에 차분히 임하겠다”며 “적법하게 진행되는 공정위 조사에는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의 폐기나 증거 활용 배제까지 다툴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휴대전화 직접 조작·30시간 보관 논란…한화, 공정위 조사 절차 '문제제기'
한화 측 주장에 따르면 공정위 조사관들은 한화 직원 A씨와 회계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면서 A씨 휴대전화 화면을 직접 조작했다.
또 휴대전화를 약 30시간 조사실에 보관하면서 보관 경위와 절차를 설명하는 문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 조사관들이 A씨의 사물함을 열어 개인 소지품을 확인하고 사전 동의 없이 조사 내용을 녹음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현장에 배석한 변호인은 조사 범위와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러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A씨 문자메시지 내역 제출을 거부했고, 공정위는 이후 해당 문자메시지 캡처본이 저장된 USB를 제출하라는 별도 자료제출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명령이 그대로 집행될 경우 한화 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화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번 결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한 것으로 조사 방식 자체의 위법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본안 소송에서 가려지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다.
◆ 휴대전화·전자정보 확보 적정선은…공정위 조사 실효성 vs 기업 절차권리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부터 한화그룹과 CJ그룹을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내부거래를 조사해 왔다. 계열사들이 지급한 브랜드 사용료가 부당지원이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는지 등을 조사한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업집단별 상표권 사용료는 SK가 349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LG가 349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는 1992억원, CJ는 1331억원으로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본안 소송 결과가 향후 공정위 현장조사의 절차와 범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개인 휴대전화나 전자정보를 확인·확보하는 과정에서 조사기관의 권한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가 핵심 판단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한화의 주장을 어느 범위까지 받아들일지에 따라 공정위의 향후 현장조사 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하는 공정위와 조사 대상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기업 측 논리가 맞서는 만큼 향후 본안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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