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큐브 통한 카카오와 그룹 지배력 유지 가능해져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사면초가’에 빠진 카카오가 솟아날 구멍이 생겨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와 김범수 창업주 그리고 케이큐브홀딩스가 얽힌 수사를 완전히 종결지었기 때문이다. 22일 법조계 일각과 메가겅제 취재에 따르면 카카오와 김범수 창업주에 대한 수사가 용두사미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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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전부터 카카오에 대한 독과점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근 검찰이 김범수 창업주(오른쪽)와 케이큐브의 '금산분리' 위반 혐의에 대해 종결 처분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용성진 부장검사)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이하 케이큐브)의 금산분리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했다.
케이큐브는 김 창업주가 카카오를 지배하는데 있어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말 기준 최대주주는 13.27%를 보유한 김 전 의장이다. 2대주주는 케이큐브(10.39%)이다. 김 전 의장과 그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 그리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24.03%로 카카오와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12월 케이큐브를 검찰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큐브가 상호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회사이면서 보유 중인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명 금산분리 위반 혐의이다.
금산분리는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 입장에 따라 김 창업주는 케이큐브가 갖고 있는 지분에 해당하는 카카오 의결권 수를 잃게 돼, 자칫 김 창업주의 카카오 지배권이 무너질 공산이 커진다.
이에 김 창업주 측은 케이큐브가 자기자금으로 카카오 지분을 취득했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유 자산을 운영·관리하는 금융상품 소비자에 불과해 제3자의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금융회사의 본질적 특징과는 무관함에도 공정위가 금융회사로 해석해 제재를 내렸다며 맞섰다.
공정위도 김 창업주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대응했다. 케이큐브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공정거래법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금융·보험사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케이큐브는 2020년∼21년 전체 수익 중 금융수익(배당수익, 금융투자수익)이 95%를 상회했다. 게다가 케이큐브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최다출자자가 아니므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공정위의 주장이다.
이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사법계가 공정위의 주장에 좀더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공정위와 김 창업자의 갈등은 법원까지 이어졌고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김대웅)는 지난해 12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상고했지만, 지난달 대법원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들이 절반을 넘기 전이기에, 검찰과 공정위가 지속적인 공조를 통해 올해 8월 이후 새로운 혐의점을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예상과 달리 대법원의 판결을 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김 창업주와 케이큐브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 정부가 대기업집단 중에서 카카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재계에서 공공연히 돌고 있는 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10월 부산 개인택시조합을 찾아 이사장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큰 경제권력’‘독과점’ 등 운운하며 일찌감치 카카오에 대한 반감을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2022년 10월 15일 발생한 카카오의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의 데이터센터 화재당시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검찰의 이른 포기를 두고 윤 대통령의 검찰 지배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척점에 있었던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최근 북콘서트를 연 자리에서 “윤석열 사단의 검찰 장악력과 지배력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카카오 관련 사건인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을 비롯해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대두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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