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뉴삼성' 본격 가동…반도체·AI 등 숙제 '산더미'

전기전자·IT / 황성완 기자 / 2025-07-18 14:01:46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해소로 경영 전면 재정비
반도체·AI·바이오 등 삼각 축 신사업 재시동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혐의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확정받으면서, 9년 가까이 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 이로써 삼성은 그간 위축됐던 경영 전반에 다시 시동을 걸고, ‘뉴삼성’ 비전 실행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반도체 ‘초격차’ 흔들림, AI 경쟁력 부족, 글로벌 바이오 전략 가속 등 당면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번 판결은 삼성이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재정립할 수 있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 대법원, ‘합병 무죄’ 확정…족쇄 벗어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20년 9월 기소된 지 약 5년 만에 이 회장은 법적 족쇄를 해소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일모직 주식을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저평가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했다며 부정거래, 시세조종,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했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했음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 사법 리스크 해소, ‘뉴삼성’ 가속페달…AI·파운드리 전열 재정비 시급

 

이번 판결은 이재용 회장 체제의 ‘뉴삼성’ 비전 본격 실행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I와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 해소는 삼성의 미래 전략 실행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법 족쇄가 풀리면서 이 회장의 경영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AI, 바이오,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기술 우위를 상징하던 반도체 사업은 최근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며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려 올 1분기에는 D램 점유율까지 처음 역전당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의 1분기 점유율은 7.7%로, 업계 1위 TSMC(67.6%)와 격차는 60%포인트에 달한다. 3위인 중국 SMIC(6%)와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어 위기감이 높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 중이나, 중국 제조사들의 거센 추격과 함께 미·중 기술패권 경쟁,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경영환경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확보와 고객사 유치에 집중하며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 바이오 ‘제2 반도체’ 시동…분할 앞두고 대규모 투자 주목

 

사법 리스크 해소는 그룹 차원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에도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특히 인적분할을 앞둔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삼성은 2020년 ‘뉴삼성’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를 반도체·AI와 함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고, 2022년에는 향후 10년간 바이오 분야에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을 짓는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글로벌 선두주자로 도약 중이다. 2022년 10월 4공장 준공으로 총 42만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5공장 가동을 시작해 생산능력을 78만4000ℓ까지 확대했다.

 

올해 10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단순·인적분할을 통해 신설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출범할 예정이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새로운 회사를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글로벌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조직개편·리더십 재편 예고…글로벌 투자·협력 확대에도 ‘청신호’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삼성 내부의 전열 재정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고강도 경영 쇄신’을 공언한 바 있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대적인 조직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침체된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AI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조직 재편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에 맞는 조직 체계 구축과 리더십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책임 경영과 혁신 경영이 동시에 요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무죄 확정 판결은 국내외 투자 및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적 리스크 해소는 글로벌 기업과의 신뢰 회복은 물론, AI 반도체·클라우드·전장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에도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의 해외 출장과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계에선 하반기 중 대규모 글로벌 투자 및 공급망 전략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무죄 판결은 단순한 법적 해소를 넘어, 삼성의 경영 정상화와 미래 전략 가속화를 위한 ‘기점’이 될 수 있다. 이재용 회장 체제의 ‘뉴삼성’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대비 0.45% 오른 6만7000원에 거래되고있으며, 대법원 발표 당시 주가는 2000원 오른 6만6700원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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