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후 곧바로 이동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우크라서 초청 국가 안보 고려 극비리 진행…항공·차량·철도 섞어 '무박 3일'
키이우 인근 부차 학살현장·미사일 공격 이르핀 돌아봐…전사자 추모의벽 헌화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밝혀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및 폴란드 방문을 위해 유럽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이로써 전쟁 국가를 공식 방문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안보‧인도‧재건 등 세 가지 지원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방침을 밝혔다.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두 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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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루트는 무박 3일간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윤 대통령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안착한 뒤인 16일 오전(현지시간)에야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당초 4박6일 간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15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출장 기간이 이틀 더 늘었다. 당초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 14일 바르샤바대학에서 폴란드 청년들과 만나는 문화 행사였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비서실과 안보실, 경호처 소속 수행원을 최소화한 채 바르샤바대학을 나와 곧장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긴 여정에 올랐다. 왕복 이동 시간만 27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이었다.
한국 대통령으로 파병지가 아닌 전시국가를 직접 방문하는 첫 사례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의 프레스센터에서 한 브리핑에서 “지난 14일 저녁에 항공기 편, 육로 편, 기차 편 세 가지를 섞어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가는데) 편도에 14시간 걸렸고, 오는 데 13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이어 “27시간을 이동했고 현지에서 체류한 시간은 11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며 “체류한 시간에 비해서 몇 배로 이동한 시간이 훨씬 길어서 험난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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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그래픽=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나이 전격 방문 기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양국 정상은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 차장은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젤렌스키 대통령이 향후 재건 사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이번 방문 이후 안보 분야 3가지, 인도 분야 3가지, 재건 분야 3가지 9개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9개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로 이름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먼저 “어려운 시기에 젤렌스키 대통령님의 초청과 특별한 배려에 감사드린다”며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심심한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와 대한민국 정부대표단의 이번 방문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부흥한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며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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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저는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님과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리 두 정상은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안보 지원과 관련, 윤 대통령은 “저와 젤렌스키 대통령님은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의 안보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Peace Formula)’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성공적인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주요 개도국들이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자유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 지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국 정상은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물품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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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이르핀 민가 폭격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님과의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신속히 전달한 바 있다”며 “한국 정부는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5천만 달러의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도 부연했다.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전장비 지원과 관련해 “지뢰 탐지기·제거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요가 절박하리만큼 컸다고 평가가 돼서 여기에 대한 지원을 더욱 더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또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지난 5월 양국 간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기본협정이 가서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국 재정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 달러의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그 희망찬 미래를 향해 저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계기와 관련, “지난 5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서울에 방문했을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리 대통령 내외 초청 친서를 전달받았으며, 이번 나토(NATO) 정상회담에 임박해서 떠나기 전 며칠 전에 외교채널을 통해서 다시금 초청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은 국가원수의 신변안전과 경호문제가 녹록지 않았고 또 중대한 국가안보 사항들이 얽혀있었기 때문에 준비는 해놓고 떠났지만 마지막 결정은 하지 못한 채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마지막 날인 14일 금요일 오후까지 계획을 수립한 사실 자체가 알려지거나 또 다른 사유로 인해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그리고 우리나라 삼각협력 체제에 어떤 문제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계획을 이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종 점검을 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 떠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한 이유에 대해선 “몸소 눈으로 현장을 확인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을 평가할 수 있고, 또 피부로 느껴보면서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고 우리와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 책임 외교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글로벌 현안에 대해 입체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긴밀히 연계한다는 명분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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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집단학살 희생자 무덤에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15일 우크라이나 도착 후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영웅도시’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아울러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했다.
부차와 아르핀은 민간인을 상대로 벌인 러시아의 전쟁 범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데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단독회담과 양국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회담을 진행했다.윤 대통령 부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와 공식 오찬을 가진 데 이어 키이우 시내 소피아 성당을 둘러봤다. 이어 우크라이나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키이우의 오흐마디트 국립아동병원을 찾아 치료중인 아동과 가족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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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국립아동병원을 찾아 어린이들이 쓴 편지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
오흐마디트 국립아동병원은 전쟁 중 중상을 입은 어린이들과 어려운 형편의 모자 간호를 위해 1894년 설립된 우크라이나 보건부 예하 아동전문병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박 8일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16일(현지시간) 오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 편으로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을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17일 오전 5시 10분께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성남 공항에 도착했다. [자료출처=대통령실누리집, 연합뉴스, 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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