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일본에서 10년여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해 성공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과 연계한 ‘밸류업’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장기 침체국면을 탈피하지 못하는 증권시장의 단기 흐름에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PBR이 1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통해 거래소에서 퇴출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일본의 성공은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 아닌 중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위한 중장기 사업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 |
▲지난달 28일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물론 거래소에 상장된 코스피 주식의 58% 정도가 PBR 기준 1에 못 미치는 저PBR 주식인 만큼 앞으로 상장기업 주가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밸류업을 위한 제도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은 채 상장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PBR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을 상폐로 거래소에서 퇴출시키는 상황이라면 대기업은 물론 주요 금융사도 줄줄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현실성 없는 네거티브 성격의 정책보다 밸류업을 끌어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상장된 기업만 10만여개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옥석 가리기는 온전히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지배하는 시장 매커니즘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은 불법행위나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상장사들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이익을 제공하려면 밸류업은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다. 현재는 시장에서 기업들이 주가 방어를 위한 수단이 자사주 매입·소각 등 몇 가지만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우선 증권 관련 세제·금융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증권 거래세 폐지는 물론 소득세·법인세 등 관련 세제의 대대적인 개혁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저PBR 주식이 거래소에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관련 제도의 개선이 이뤄진 다음에야 해당 기업들의 책임과 의무를 거론할 수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주가는 당연히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핵심 지표로 무엇보다 주주의 권익을 보장하려면 적정수준의 주가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장기 증시의 흐름은 물론 단기적인 흐름 역시 중요하다.
더불어 경제·금융당국에서 매번 강조하듯 펀더멘털과 제도적 인프라 조성의 중요성이 쉽게 간과되면 안 될 것이다. 외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거시적 환경과 여건을 무시하는 것은 역효과만 낳을 수밖에 없는 정책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당장 일본이 밸류업에 성공한 배경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며 일본 정부에서 추진한 제도개혁은 어떤 것인지와 민간부문은 무엇에 호응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남들이 성공한다고 똑같은 성공을 기대하는 오류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