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통합하는 한미약품, 남매 갈등 본격화 되나

제약·바이오 / 주영래 기자 / 2024-01-15 13:16:15
임종윤 "한마디 상의 없이 지분 넘겨" 경영권 분쟁 예고
한미그룹 "지주회사 이사 아냐, 이사회 절차상 문제 없다"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통합 지주사를 출범하기로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장남인 코리그룹 임종윤 회장이 "이번 계약과 관련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반발하면서 모친과 여동생을 상대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2일 모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이사회를 열고 OCI그룹과 지주사 통합을 의결하면서 장남인 임 회장에게는 의견을 구하지 않고 단독으로 의사 결정한 것이 화근이 됐다.

 

▲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장남 임종윤 회장과 상의 없이 OCI와 지주사 통합안을 의결해 논란이 되고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측은 "임종윤 회장이 사내이사에 등재되어 있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아 OCI와 통합과 관련된 이사회 결의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지속적으로 임종윤 회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각각 이사회 결의를 거쳐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들여 한미약품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0%를 취득하고, 임주현 전략기획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 지분 10.4%를 취득하는 것으로 지주사를 통합하기로 했다.

통합완료 후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가 27.03% 지분으로 최대 주주가 되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1.12%, 임종윤 회장이 11.10%, 차남 임종훈 사장이 6.59%, 국민연금이 6.76%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계약과 관련해 임종윤 회장은 SNS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 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CI가 소재·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신약 개발 전문성이 없어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임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공동 경영을 약속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제대로 된 검토도,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필요시엔 가처분 신청과 이사회 구성 변경 등 최후의 수단을 언제든지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OCI와 통합을 나선 이유로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0년 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송영숙 회장, 임종윤 회장,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은 1.5대1대1대1의 법정 상속 비율로 고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9%를 상속 받았다. 이들은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5년 동안 상속세를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 한미약품은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인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이슈로 투자를 철회하자 대안으로 OCI와의 통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한미사이언스와의 지주사 통합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인수한 부광약품이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미약품과의 통합으로 신약 개발과 관련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은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하면서 내부 게시판에 '새로운 50년, 새로운 한미가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OCI그룹과 통합 작업에 착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송 회장은 "한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아름다운 동반자로서 공동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회장은 "한미그룹은 자산 총액 기준 대한민국 30대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됐다"며 "신약개발과 연구개발(R&D),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OTC),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 헬스케어 신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톱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송 회장은 "새로 가족이 된 OCI그룹 임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상생을 위한 경영 파트너로서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길 당부한다"며 "통합 지주회사의 사명과 CI도 이른 시일 내에 교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