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내벤처 신화의 몰락…'보고플레이' 회생절차 진행 "제2 머지사태?"

유통·MICE / 김형규 / 2023-01-18 12:29:37
지난해 12월부터 협력사 대금 지급 유보 중으로 알려져
류승태 대표 "회생절차 진행 중, 입점사 간담회 예정"
이용자들 사이 '포인트 털기' 움직임…'제2 머지사태' 우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 운영사 보고플레이가 자금난으로 회생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지며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가 협력사에 전날 보낸 공문을 통해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입점사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보고플레이 로고

공개된 공문에 따르면 류 대표는 “다방면의 노력을 취해 왔으나 투자‧시장 상황에 따른 매출 추이를 볼 때 독자적인 힘으로는 단시간 내 개선이 어려움을 적시했다”며 “보고플레이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회생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협력사들에 “그간 정산 대금이 미뤄짐으로 인해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드리게 된 점 사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또한 공문을 통해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보고플레이 입점사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이에 대해 “회사의 현황과 회생 계획에 대해 공유하고 사죄 말씀과 도움 말씀 부탁드리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어려운 시간이라도 참석해 주셔서 많은 질타와 조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진행현황 관련해서는 제가 책임지고 소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본인이 다니던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Lab’을 통해 보고플레이를 창업했다. 지난 2019년 10월 법인을 설립하고 ‘보고’ 서비스는 2020년에 정식으로 리뉴얼했다.

보고는 서비스 리뉴얼 3개월 만에 거래액 30억 원을 돌파하며 라이브커머스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엔 설립 2년 만에 거래액 1000억 원 규모를 넘어서며 삼성 사내벤처 출신 스타트업의 신화로도 불렸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SK증권‧중소기업은행‧포스코기술투자‧CJ대한통운 등이 시리즈A에 합류해 같은 해 5월까지 총 112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직원 수는 총 99명이다.

보고의 빠른 성공 요인은 공격적인 ‘초특가’ 정책과 ‘페이백 포인트’ 정책이었다.

판매가격보다 10%가량 더 높은 금액으로 협력사에 정산해주는 등 공격적인 자금 투입으로 초기 소비자‧협력사를 유입시켰다. 이에 여러 업체가 입점하며 초특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페이백 포인트를 돌려주는 정책으로 입소문을 타며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고플레이 협력사가 정산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경영 위기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보고플레이 협력사 관계자라고 밝힌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보고플레이가) 대금 지급 1개월 유보 공문을 보내왔다”며 “110억 투자받은 거 다 쓰고 10월 프로모션 비용 과다 사용 같은 핑계를 대며 협력사 정산대금으로 레버리지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산 못 받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물려있는 금액은 2억 원”이라고 토로했다.
 

▲ 지난 연말 올라온 보고플레이 경영난 우려 게시글 [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물 캡처]

 

이 같은 내용과 보고플레이 회생절차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과거 ‘머지포인트 대란 사태’를 언급했다. 이어 적립 포인트를 빨리 소비해 플랫폼을 떠나는 소위 ‘포인트 털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머지포인트도 물려있는데 이 글 보고 ‘보고포인트’ 털었네요”, “6만 포인트 어따 쓰나요”, “포인트 1만 6000원 정도 있는데 이번 주에 털어야겠어요”, “4만 포인트 있던 거 얼마 전에 털었는데 다행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머지포인트 대란은 지난 2021년 보고와 비슷한 할인 앱 머지포인트가 20%가량의 할인율로 100만 명 규모의 고객을 끌어들인 후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한 사태다.

당시 고객들이 예치해둔 머지포인트를 단시간에 환불받거나 소모하려 했으나 회사는 대응하지 못했으며 협력사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보고플레이는 최근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내달부터 포인트 적립‧사용에 제약이 생긴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 보고 '포인트 털기'에 대해 언급하는 누리꾼 댓글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업계는 보고플레이가 초기 자금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에만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던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 추가 유치를 위한 캠페인 비용이 지속해서 지출되고 물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도 꾸준히 소비돼 추가 투자가 필연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판매가보다 높은 정산과 페이백 포인트 등 무리한 자금 운용 방식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수산물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회’가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9월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운영사 오늘식탁 측은 재무구조 개편을 이유로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오늘식탁이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자금난을 겪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보고플레이 역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 오늘식탁과 같은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고플레이 측은 지난 17일부터 이틀째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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