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개 그룹 매출, 명목 GDP 84% 수준...경제력 집중 심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통업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그룹의 일자리 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이 수출 품목으로 이뤄진 4대 그룹의 경우 고용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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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지정한 71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직원 수는 162만 1958명으로 고용보험 가입 기준 근로자 수 1411만 명 중 11.5%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삼성그룹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6만 2127명으로 전년 대비 0.5%(1241명) 정도 소폭 증가했다.
두 번째로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16만 7839명으로 전년보다 0.7%(1241명) 가량 늘었다. LG그룹도 2019년 15만 2897명에서 지난해 15만 3920명으로 0.7%(1023명) 증가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4대 그룹 중 SK그룹의 지난해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SK그룹 고용 인원은 지난해 11만 4481명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3.6%(3937명)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 현대차, LG 등 3개 그룹 고용 증가율의 5~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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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CXO연구소 |
4대 그룹의 총 직원 수는 69만 8367명으로 이번 조사 대상인 71개 그룹 전체 직원 수의 43%에 달했다.
하지만 10대 그룹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 지난해 고용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10대 그룹의 직원 수는 2019년 97만 2945명에서 지난해 96만 5258명으로 전년보다 0.8%(7687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유통업이 타격을 크게 받았던 롯데그룹은 2019년 전체 직원 수가 9만 1748명에서 지난해 8만 4295명으로 1년 새 8.1%(7453명)나 줄어들어 일자리 감소 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한화(3435명), GS(2434명), 포스코(1490명) 등 그룹들이 같은 기간에 1000명 이상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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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CXO연구소 |
한편, 지난해 국내 71개 그룹(소속회사 2612곳)의 매출 규모는 1607조 원으로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4%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위주로 국가 경제력이 집중돼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일자리 수는 국내 전체 기업 중 10%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조사 대상 중 삼성그룹의 매출은 전체 20.8%를 차지했으며,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인 49.8%는 삼성전자에서 발생했다.
각각 2위와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11.3%)과 SK그룹(8.7%)의 매출액을 합쳐도 삼성그룹에 못 미쳤다.
그 뒤를 이어 LG(7.7%), 포스코(3.8%), 농협(3.7%), 한화(3.5%), 롯데(3.5%), GS(3%) 등 그룹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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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CXO연구소 |
당기순이익은 삼성그룹이 20조 7000억 원 규모를 기록해 조사 대상 중 37%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75%는 삼성전자가 벌어왔다.
뒤 이어 SK(9조 8000억 원), 현대차(3조 9000억 원), LG(3조 2000억 원), 농협(2조 9000억 원) 순이며, 이들 4개 그룹의 순이익을 더해도 삼성그룹보다 적었다.
당기순익률로 보면 자산 순위 34위인 넥슨이 가장 높았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3조 2000억 원 규모이며, 당기순이익은 1조 1000억 원을 웃돌았다. 당기순이익율은 35.6%로 71개 그룹 중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엠디엠(26.5%), KT&G(22.9%), KCC(21.7%), IMM인베스트먼트(20.9%) 등이 20%를 상회했다. 지난해 71개 그룹 평균 당기순이익율은 3.5%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올해 주요 그룹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고용 확대로 응축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 환경 여건 상 일반 제조업에서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여건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유통과 서비스 산업 등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을 지에 따라 대기업 집단의 고용 성적표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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