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금융당국이 2년 7개월간 보류해 온 바이낸스의 국내 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사실상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간 업비트와 빗썸이 양분해 온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전날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별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가 없지만, 대표나 임원 변경 시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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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바이낸스는 2023년 2월 고팍스 지분 67%를 인수하며 한국 진출을 추진했으나, 당시 창업자 자오창펑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법 리스크 문제로 금융당국의 승인이 미뤄졌다.
이후 2023년 말 미국 법무부가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 혐의로 바이낸스에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자오 전 CEO가 사퇴하면서 법적 분쟁이 일단락됐다. 이런 정황이 이번 승인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5위로, 실명 계좌를 보유한 원화마켓을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업비트(두나무)가 약 68%, 빗썸이 29%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코인원과 코빗이 각각 3·4위권이다.
이번 승인으로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통해 사실상 국내 시장에 재진입하게 됐다.
업비트·빗썸 중심의 독과점 체제에 바이낸스의 글로벌 자본력과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일부 시장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팍스의 가장 큰 약점은 자금력이었는데, 바이낸스가 대주주로 들어오면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점유율 변동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팍스는 이번 승인에 대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제도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라며 “특히 고파이(GOFi) 고객 예치금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낸스와 협력해 예치금 상환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단계적으로 검토 중이며, 구체적 일정과 방법은 확정되는 대로 공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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