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기금', 자발적 기금이라더니…'돈 내면 가점·안 내면 국감' 기업 옥죄기 논란

재계 / 주영래 기자 / 2026-09-22 11: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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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출연 시 ESG 가점 10점…80점 문턱에 영향
한화·포스코 관계자 국감 증인 명단…대관 라인도 대응 분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정부가 농어촌과의 상생 활동이 우수한 기업·기관을 선정해 혜택을 제공하는 ‘농어촌 ESG 우수기업·기관 인정제’를 추진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를 전제로 만들어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돈을 내면 ESG 평가에서 최대 10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국회에서는 기금 출연 실적이 저조한 기업 관계자들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올렸기 때문이다.
 

▲ 정부가 농어촌 상생기금 출연 기업에 가점을 부여한다. [사진=AI]


재계 일각에서는 “돈을 내면 정부 평가에서 점수를 받고, 적게 내면 국감 증언대에 설 수 있는 구조”라며 자발적 출연이라는 제도 취지가 사실상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26년 농어촌 ESG 우수기업·기관 인정제’를 도입하고 기업과 기관의 농어촌 상생 활동을 평가하기로 했다.

평가 체계는 기본점수 100점에 가점 10점을 더한 총 110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가점 10점 전체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에 배정돼 있다.

최종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기업·기관은 농어촌 ESG 우수기업·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정 기업에는 정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동반성장 관련 평가 우대와 정책 지원, 홍보 등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 정부가 공개한 진단지표. 

문제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출발점이 기업의 ‘자발적 출연’이었다는 점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에 법적으로 일정액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면서 기금 출연 여부에 최대 10점의 가점을 얹어주면서 사실상 기업의 출연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국회까지 가세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은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2026년도 국정감사 일반증인 명단(안)’을 보면 오는 10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증인 후보로 이강만 한화그룹 사장과 이희근 포스코 사장,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증인으로 요구한 사유에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저조 관련 질의’가 명시됐다.

특히 한화와 포스코 관계자가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양사 대관 조직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기금 출연 실적이 국감 질의 사유로 명시된 만큼 증인 출석 여부와 예상 질의, 답변 논리 등을 놓고 국회와의 소통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 출연 성격의 기금이 국감 대응이라는 새로운 기업 부담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금 출연 규모 자체가 국회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해당 자료가 현재 ‘일반증인 명단(안)’인 만큼 실제 증인 채택 여부는 향후 농해수위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재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정부 평가와 국회 압박의 결합’이다.

법적으로 의무가 아닌 기금에 출연할 경우 정부 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출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국정감사에서 기업 경영진이 불려 나갈 가능성까지 생기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에는 사실상의 ‘준조세’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농어촌 ESG 인정제가 단순한 기부금 규모만 평가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평가 항목에는 농어촌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개선, 상생협력 활동 등이 폭넓게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기본점수와 별도로 주어지는 가점 10점 전부가 기금 출연과 연계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

특히 인정 기준이 80점인 상황에서 10점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점수다. 경계선에 있는 기업의 경우 기금 출연 여부가 사실상 우수기업 인정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인정 기업에 각종 정책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단순한 명예성 인증을 넘어 기업 경영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농어촌과 기업의 상생 필요성 자체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 기금에 출연하면 정부 평가에서 점수를 주고, 출연 실적이 낮으면 국감에서 기업 관계자를 부르는 구조라면 기업들이 이를 순수한 자율 출연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생 활동의 실질적인 성과보다 얼마를 출연했느냐가 기업의 ESG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처럼 작용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자체보다 ‘자발성의 경계’에 있다.

정부 평가에서는 ‘출연 가점’, 국회에서는 ‘출연 저조 국감 질의’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기업의 자율적 상생을 유도한다는 당초 취지가 사실상의 출연 압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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