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564억 달러로 전체의 49% 차지…AI 투자 확대에 메모리 수출 360% 증가
자동차·화장품도 성장세…석유제품은 물량 감소에도 가격 상승으로 수출 확대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한국의 수출이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두 번째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만 전체 수출 증가분의 70% 이상이 반도체에서 발생하면서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15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3.7% 증가했다. 지난 9월 1211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실적으로, 두 달 연속 월간 수출 1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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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증가 이미지. [사진=챗GPT] |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52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1% 증가했다.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93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6% 늘었다. 사상 처음으로 누적 수출 9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연간 1조 달러 달성까지 남은 금액은 700억 달러다. 정부는 11월 중 연간 수출 1조 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성장을 이끈 핵심 산업은 반도체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564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4% 급증했다. 지난 9월 603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실적이며, 두 달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0%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비교한 전체 수출 증가액 약 557억7000만 달러 가운데 반도체 증가액은 약 407억4000만 달러로, 전체 증가분의 약 73.1%를 차지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501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60.5% 증가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도 57억1000만 달러로 32.6% 늘었다.
메모리 가격 상승도 수출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DDR5 16Gb 고정가격은 지난 6월 40달러에서 10월 50달러로 상승했다.
AI 서버용 저장장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컴퓨터 수출도 급증했다. 컴퓨터 수출액은 58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96.6% 늘었으며, 이 가운데 SSD 수출액은 56억4000만 달러로 584.3% 증가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도 약 34% 증가했다. 20대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선박과 생활용품을 제외한 18개 품목에서 증가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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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수출 인포그래픽. [사진=챗GPT] |
자동차 수출도 성장세를 나타냈다. 10월 자동차 수출액은 65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1% 증가하며 역대 10월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은 20억6000만 달러로 53.1%, 전기차는 10억4000만 달러로 41.6% 각각 증가했다. 반면 내연기관차 수출은 34억5000만 달러로 0.4% 감소했다.
다만 자동차 수출 증가에는 조업일수 확대 효과도 반영됐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9월로 이동하면서 10월 조업일수가 20일에서 22일로 늘어났다.
화장품과 바이오헬스 등 소비재와 신산업도 호조를 보였다. 화장품 수출은 14억4000만 달러로 57.5%, 바이오헬스 수출은 15억3000만 달러로 30.2% 각각 증가했다. 농수산식품 수출도 11억1000만 달러로 11.6% 늘었다.
반면 선박 수출은 26억4000만 달러로 43.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약 24억70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출이 반영됐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주요 원인이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수출 금액이 크게 늘었지만 물량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10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6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0.0%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수출물량은 523만톤으로 7.5% 줄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94.5% 오른 것이 수출 금액 증가의 핵심 요인이다. 석유화학도 비슷한 흐름이다. 수출액은 40억 달러로 27.5% 증가했지만 수출물량은 273만톤으로 6.8% 감소했다.
중동지역 공급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이 석유 관련 제품의 수출 금액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수출액 증가가 반드시 생산량이나 판매물량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 대중국 수출은 26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3.6% 증가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대미국 수출도 249억 달러로 185.8% 급증했다. AI 관련 반도체와 컴퓨터, 전기기기 수출 확대에 자동차와 철강 등의 실적 개선이 더해졌다.
아세안 수출은 213억3000만 달러로 128.0% 증가하면서 월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 수출 역시 81억 달러로 56.4% 늘었다.
수입도 증가했다. 10월 수입액은 72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6.0% 늘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수입액이 51.9% 증가한 107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수입액이 63.1% 확대됐다.
수출 증가폭이 수입 증가폭을 크게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42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흑자가 4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개월 연속이다. 올해 1~10월 누적 무역흑자는 2949억 달러에 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0월에도 우리 수출이 1100억 달러 이상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1월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상 협력 확대와 수출 애로 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향후 관건은 AI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를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할 수 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높은 성장률과 함께 수출 품목 다변화,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이 지속적인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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