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지쿠’ 주차장인가"…널브러진 전기자전거에 보행권 뒷전, 정부 칼 빼드나

사회 / 주영래 기자 / 2026-10-27 11: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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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금지 표지판 앞에도 '나 몰라라'…쓰러진 지쿠 전기자전거에 보행자 안전 뒷전
이용자 늘리기에 급급했나…무단 방치·수거 지연 논란 속 정부, 관리체계 손질 착수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전동킥보드와 공유 전기자전거가 인도와 횡단보도 등을 점령하면서 보행자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 업체들이 이용자 확대에 주력하는 사이 무단 주차와 방치 문제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공유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업체인 지쿠(GCOO)의 전기자전거마저 보행로 주변에 쓰러진 채 방치된 모습이 확인되면서 사업자의 사후관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업체들이 주차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행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주차금지 표지판 앞에 널브러진 전기자전거 [사진=메가경제]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무단 방치와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대국민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유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용자 증가에 비해 주차공간과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도심 곳곳에서는 공유 전기자전거가 인도와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주변에 무분별하게 세워져 있거나 쓰러진 채 방치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7일 기자가 출근길에 목격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앞에는 지쿠의 공유 전기자전거 여러 대가 보행로 주변에 주차돼 있고, 일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특히 주차금지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 곳 주변에도 자전거들이 놓여 있어 주차질서 관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공유 이동장치의 무단 방치가 단순한 도시 미관 훼손을 넘어 보행자의 통행권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이와 고령자, 장애인, 유모차 이용자 등 보행 약자에게는 통행 공간을 가로막는 전기자전거 한 대도 상당한 불편과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유 모빌리티 업계의 주차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다.

지쿠를 운영하는 지바이크는 그동안 이용자들의 올바른 주차를 유도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강화해 왔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의 주차질서 확립을 위해 사전 안내부터 반복 위반자에 대한 이용정지까지 단계별 관리 방안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버스정류장과 점자블록 주변, 건물 출입구 등 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주차 기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체 관리대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공유 전기자전거가 쓰러진 채 방치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실제 관리 효과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에게 주차 안내를 제공하는 것과 무단 방치된 자전거를 신속하게 수거해 보행자의 통행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유 모빌리티 사업은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반면 지정된 주차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반납된 이동장치가 공공 보행공간을 차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업체의 사업 확장에 따른 관리 부담이 보행자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의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대책은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초과 인원 탑승 등 이용자의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데 집중돼 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동장치 무단 방치와 수거 지연, 전용 주차구역 부족 등 사업자의 운영·관리와 관련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무단 방치 신고가 접수된 이후 사업자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동장치를 수거하는지,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에 어떤 예방조치를 시행하는지 등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번 제도개선 과정에서 이용자 단속을 넘어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어디까지 강화할지도 관심사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보행 중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해 불편하거나 위험하다고 느낀 경험과 무단 방치로 불편을 겪은 장소, 적절한 처리방안 등을 조사한다.

아울러 무단 방치 예방대책과 보행자 밀집구역에서의 운행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설문조사는 오는 11월 4일까지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정책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에서 진행된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 강화 여부나 사업자 책임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오정택 국민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지만 보행자의 안전과 통행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이용돼야 한다"며 "국민의 실제 경험과 의견을 토대로 더욱 안전한 보행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이번 설문조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공유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사업자의 책임도 함께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용자 확보와 서비스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무단 방치 예방과 신속한 수거, 주차공간 확보 등 실질적인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 모빌리티의 편리함이 보행자의 불편을 대가로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제도개선 논의가 단순한 이용자 계도를 넘어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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