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협력 장애물 vs 기술·이익 보호…'K-톡신 국가핵심기술' 갑론을박

제약·바이오 / 김민준 기자 / 2026-10-17 09: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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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기술 등장에 규제 완화론 부상…해외 진출 지연·기회손실 주장
업계도 찬반 엇갈려…"글로벌 경쟁력 발목" vs "기술 유출 안전장치"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산업의 해외 진출을 둘러싼 국가핵심기술(NCT) 지정 해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핵심 균주·제조공정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반론이 맞서면서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술 보호 사이의 정책적 균형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한·중 의료바이오산업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가 지난 15일 개최됐다. [사진=메가경제]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재중국한인회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시민교육연합과 재중국한인회총연합회가 주관한 ‘한·중 의료바이오산업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토론회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세계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보툴리눔 톡신인 충칭 클라루비스의 ‘리톡신’을 승인한 사례를 소개하며, 관련 시장의 기술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기술 변화가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온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에 이어 균주까지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국가핵심기술로 묶여 있어 보툴리눔 톡신 보유 기업이 ▲해외 기술 수출 ▲해외 현지 공장·합작법인(JV) 설립 ▲외국인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 유치를 진행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전 승인 또는 신고절차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진출 승인 심사에만 평균 4~6개월에서 길게는 1년가량 소요돼, 글로벌 시장 선점 적기를 놓치고 연간 약 900~1000억원의 기회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2026년 기준 산업부 전문위원회를 통해 지정 해제가 재심의 안건으로 오를 만큼, 국가 안보보다 민간 기업의 상업적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이미 상용화된 ‘톡신 생산 및 미용 제품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핵심기술 해제 또는 네거티브 방식의 승인 패스트트랙 도입이 시급하며,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속히 해제하거나 사후 신고제로 완화해 국내 기업이 품목 허가 및 현지 CDMO와 JV 설립 등 글로벌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내의 규제 합리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수출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와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사진=메가경제]

 

최규진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도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단순히 보톡스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수입국에서 제품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생산공정에 관한 기술문서를 심사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도 산자부의 통제 대상이 되고 정부기관의 실태조사에서 요구되는 보안 수준 역시 매우 엄격해 시간적·금전적 규제 비용이나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젠뱅크(Gene Bank)에 등록된 보툴리눔 균주만 해도 2000가지가 넘을 정도로 이미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고,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도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균을 구하지 모해 사업을 못하는 것도 아니라며, 국가핵심기술로 묶어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최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하고 보톡스 제품의 경쟁력은 균주의 확보나 생산기술 자체보다는 고품질로 유지·관리하는 GMP/허가 역량 및 글로벌 브랜드 개발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 등에 대해 안진용 한국산업보안관리사협회 부회장은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주장과 관련해 오히려 제도를 통한 기술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것은 그만큼 산업적 경쟁력과 경제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며, 해외 주요국에서도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도 유사한 균주와 제조 기술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국내에만 수출 장벽이 있는 것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 유출에 따른 위험을 경계했다. 한국의 톡신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나라 기업들이 유사한 생산시설 구축 시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규제 완화로 얻을 수 있는 수출 확대 효과뿐 아니라 핵심 기술 유출에 따른 장기적인 산업적 손실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톡신 개발 기업인 메디톡스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사례로 들며, 해외 시장 진출을 좌우하는 요인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수출 심사뿐 아니라 각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 보툴리눔 톡신 대상 국가핵심기술(NCT) 지정 해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진=AI]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관련 제약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음에도 과거의 규제 체계가 해외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미 보편화된 기술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기술 보호라는 취지보다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바,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논의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NCT) 지정은 보툴리눔 톡신의 핵심 균주와 제조공정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불법 제조 기반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법적 보호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기술 유출이 발생할 경우 국가 차원의 수사와 처벌, 국제 공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균주가 이미 공개됐거나 제조공정의 기술적 난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 필요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보툴리눔 톡신의 핵심 경쟁력은 균주 자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이를 정제·배양·제형화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도화한 기술력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4년 일부 적응증 관련 특허가 만료됐다고 해서 핵심 제조기술까지 공개되거나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독소 추출과 정제, 제형 안정화, 품질 관리 등 복잡한 공정이 결합된 생물학적 제제로, 핵심 기술 상당 부분이 특허보다 영업비밀과 축적된 제조 노하우를 통해 보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선두 기업인 애브비(구 앨러간) 역시 핵심 제조공정을 비공개로 유지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단순히 특허가 만료됐거나 균주가 자연계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툴리눔 톡신의 기술적 특수성과 유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단순한 규제로 볼 것이 아니라 기술 유출 범죄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로 봐야 한다"며 "보툴리눔 톡신 가품과 불법 유통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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