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 "프리고진 전용기 내부에 폭탄 설치 가능성…미사일 피격은 아냐"
바이든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아"
푸틴, 프리고진 사망 첫 언급 "유능했지만 실수도…수사결과 지켜볼 것"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총사령관 해임 다음날 사망…러군 피바람 예고인가
CSIS 전망 "러, 바그너 그룹 새 수장 앉히거나 분할해 유지할 가능성"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을 두고 푸틴 배후설 등 갖은 의문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 추락은 암살 계획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당국자를 인용해 프리고진의 사망은 암살이라는 미국 정부의 사전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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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재난 당국은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탑승자 10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탑승자 명단에는 지난 6월말 무장반란을 시도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포함됐다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 제공, 트베리(러시아) AFP=연합뉴스] |
일각에서 전용기가 러시아 방공 미사일에 요격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미국 당국의 각종 정보를 취합한 사전 평가에 따르면 지대공 미사일이 전용기를 추락시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전날 돌연 추락한 것은 비행기 내부에 설치된 폭탄 등 다른 원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프리고진은 전날 저녁 모스크바를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돌연 추락하면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23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무장 반란 두 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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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연 전용기가 추락하며 사망한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
이번 전용기 추락사고로 인해 프리고진의 최측근이자 바그너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을 포함해 바그너그룹 간부와 승무원 등 탑승자 10명 전원이 숨졌다.
추락사고 후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해당 비행기가 러시아 방공 미사일에 요격됐다고 주장했으나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레이존은 “이번 암살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관련해 지시를 내린 사람은 군 내부 분위기와 군 사기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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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 탑승 비행기 추락 사고 상황 및 프리고진 약력. [그래픽=연합뉴스] |
서방에서는 지난 6월 말 반란을 시도한 프리고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보복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상징후 없이 순항하던 전용기가 순식간에 수직낙하하며 추락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항공당국 로사비아차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는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였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비행기는 프리고진이 올해 6월 무장 반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해 망명지 벨라루스로 갈 때 탄 것과 같은 여객기라고 전했다.
전체 좌석은 13석으로 추락 당시 프리고진은 동료 6명, 승무원 3명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추락 경위와 관련해 이 여객기가 이상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추락했다는 전문가 분석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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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 낙하하는 프리고진 전용기. [UPI=연합뉴스] |
항공기 경로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이언 페체니크는 “비행기가 갑자기 수직으로 아래로 향했다”며 30초도 되지 않아 운항 고도 8.5㎞에서 2.4㎞를 내리꽂았다고 설명했다.
페체니크는 프리고진 전용기가 이상조짐을 보인 것은 오후 6시19분(모스크바 시각)이었다며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직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휴가차 네바다주 타호 호수에 머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보고받았다.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추락의 배후에 있느냐는 백악관 기자단의 질문에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 당국자는 전용기 추락이 암살 계획에 따른 것이고, 지대공 미사일은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전 평가의 내용은 최종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영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가 추락하기 시작한 후 공중에서 폭발했다는 목격담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이 비행기가 증기나 연기로 보이는 기체를 내보내며 땅으로 기수를 향한 채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찍혔다.
일부 러시아 매체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한두 발 맞아 격추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 사망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사망 하루 만에 첫 입장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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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릭스 기자회견에 화상으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 로이터=연합뉴스] |
24일(현지시간)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과 회의에서 프리고진의 사망에 관해 “1990년대부터 그를 알았다.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며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나치와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했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치하하는 한편,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고했다”며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사관들이 뭐라고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프리고진의 사망은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군 지휘부가 해임된 지 하루 만에 발생하면서 러시아 내부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세상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있기 바로 전날인 22일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숙청설이 이어졌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해임됐다는 것이다.
과거 ‘아마겟돈 장군’으로 불리기도 했던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의 공개적 지지를 받던 인물로, 반란 이후에는 프리고진과의 공모 가능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현지 매체들의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프리고진의) 추락 시점이 수로비킨의 공식 해임 시점과 일치한다”며 “러시아 보안군은 6월 말 반란을 사전에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수로비킨을 구금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내부에 일 파문이 가장 클 것”이라며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살해됐다면 절차와 법률을 기꺼이 무시하는, 복수심에 불타는 스트롱맨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푸틴의 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암살되면서 러시아는 정식 국가 인식이 훼손되고, 푸틴의 변덕과 혈투에 따라 좌우되는 마피아 기업임이 드러났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풀이했다.
아울러 프리고진과 측근들의 사망 후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앞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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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고진 추모하는 바그너 용병. [AFP=연합뉴스] |
CSIS는 프리고진의 사망이 공식 확인된다면 이를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 재조직 작업의 첫 번째 단계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러시아가 민간군사기업(PMC) 모델을 버릴 가능성은 낮다”며 “(바그너를 이을) 뚜렷한 승계 조직이 없을 경우 러시아가 바그너의 운영 인프라를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그너 그룹이 수년간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량, 조직체계 등을 모두 포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CSIS는 그 대신 러시아가 크렘린궁에 대한 충성심을 갖춘 새로운 지도자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조직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엄격한 감시하에 둘 수 있는 지도자를 앉혀 바그너를 새단장하거나 여러 기업으로 분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SIS는 “(분할된 기업들은) 국영 기업으로 전환되거나 준독립 기업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새 수장이 들어서면 “일반 용병들과 중간 지휘부의 충성심이 바그너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바그너 그룹이 푸틴을 향해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시위를 부추기기보다는 겁을 먹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바그너 그룹이 분노는 하겠지만 심각한 정치적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벨라루스에서 지내던 바그너 그룹 용병 일부는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듣고 이미 짐을 싸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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