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비에 산업기반 '흔들'…기술·자본력 확보 '절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미국과 한국의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며 ‘동병상련’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쪽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다른 한쪽은 중국발 저가 공세에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양국 모두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삼는 해상풍력 산업의 불투명한 미래에 깊이 우려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해상풍력발전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2019년 28,382MW였던 시장 규모는 2020년 34,362MW, 2021년 55,678MW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228GW, 2050년에는 1000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관련 시장은 연평균 13% 성장해 2040년에는 1조 달러(약 143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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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의 해상풍력발전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해상 풍력 발전은 환경 보호, 에너지 자립, 경제적 이익,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술 혁신, 국제 경쟁력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해상 풍력 기술이 발전한 국가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 산업은 첨단 기술 집약체로서 조선업, IT, 철강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일례로 철강 산업은 해상 풍력 터빈의 주요 구성 요소를 제공하며, 이러한 수요 증가로 인해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해상 풍력 발전소의 설치와 유지 보수를 위한 해양 기술과 설비, 해저케이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밝은 전망에도 미국과 한국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해상풍력 발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한국은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해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 미국 해상풍력 시장, 투자 위축 및 정책 불확실성 증대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EDF는 뉴저지 해안의 애틀란틱 쇼어스(Atlantic Shores) 해상 풍력 프로젝트와 관련된 9억 4천만 달러의 손상차손을 발표했다. 쉘과의 합작 투자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초기 1,510 MW를 목표로 2021년 6월 임대를 확보하고 2024년 10월 건축 허가를 받은 후, 올해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쉘은 1월에 10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발생한 정책적 불확실성은 투자자의 신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풍력 터빈이 흉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야생 동물에 해롭다”며 연방 정부 차원의 새로운 해상풍력 임대 중단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주요 디벨로퍼들이 투자 축소 및 프로젝트 연기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 TotalEnergies는 2022년 뉴욕과 캐롤라이나 주 연안 2군데를 임대했으나, 2024년 말 향후 4년간 프로젝트 보류를 결정했고, 덴마크 Orsted는 미국 내 풍력사업 관련 17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며 2030년까지 자본 투자 계획 25%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 해상 풍력 확장의 전망은 불투명하며, 금융적 도전이 주요 리스크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정치적 리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 한국, 또 중국에 잠식 당할 것인가?
한국 해상풍력 시장은 중국발 저가 공세에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0.125GW인 해상 풍력 시장을 2030년까지 14.3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중국산 저가 기자재 사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파격적인 가격 조건과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사업체들은 대체로 국회 등 정치권에 연줄 있는 국내 민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값싼 중국산의 활용을 로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은 장기적인 전략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해상풍력 사업을 수주하면 자국 사업체들로만 생태계를 형성하는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국내 사업주들은 “해상 풍력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중국 자본과 장비에 의존하게 되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민간 사업주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자기자본 10%와 PF 대출 90%로 해상풍력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국내 연기금 등 국내 투자기관들은 경험 부족과 리스크를 이유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상풍력발전 산업은 단순히 청정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다”며 “철강, 조선, 금융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의 발전과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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