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없다"더니, 6년 만에 딸과 글로벌 무대…삼성 "의미 부각 부담스러워"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4세 경영' 가능성을 일축한 지 6년여 만에 딸 이원주 씨와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경영권 승계 행보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이 씨가 가족 행사에만 등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는 한미 재계 주요 인사들이 집결한 공식 갈라에 이 씨가 이 회장과 동석했다는 자체에 "공개 행보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
| ▲ 코리아소사이어티 갈라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과 딸 이원주씨. [사진=AI 생성] |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프리아니 사우스 스트리트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 딸 이원주 씨와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한미 정·재계·외교·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씨가 아버지와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에 동행한 모습이 공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이 회장과 이 씨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공개석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장례식, 재계 인사의 결혼식, 이 씨의 대학 졸업식 등 가족·개인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이 회장의 아들은 2000년생으로 현재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네 살 아래인 딸 이 씨가 오빠보다 먼저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씨가 이번 동행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인들과 접점을 넓히며 대외 네트워크 형성에서도 한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는 한미 정·재계와 외교·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네트워킹 행사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황 CEO가 참석하면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AI·반도체 협력 관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다만 삼성 측은 "이원주 씨가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은 맞다"면서 "갈라 디너 행사에 각계 CEO 가족들이 식사하는 자리인 만큼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동행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장이 과거 직접 '4세 경영'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과정에서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발언은 삼성의 경영권 대물림을 자신 세대에서 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4세 경영 포기 선언'으로 평가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원주 씨가 향후 삼성그룹에 입사할 계획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 면서 “과거 회장님께서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만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과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이번 동행을 곧바로 4세 경영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가족 행사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이원주 씨가 글로벌 기업인들이 모인 공식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에서는 공개 행보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도 참석했다. 이원주 씨가 사용하는 영어 이름 역시 '매디슨 리(Madison Lee)'다. 이 회장은 행사에서 자신과 황 CEO의 공통점을 설명하면서 두 사람 모두 '매디슨'이라는 이름의 딸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딸은 이날 만찬장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현재 행보는 차이가 있다. 매디슨 황은 이미 엔비디아에서 피지컬 AI 관련 업무를 맡아 경력을 쌓고 있다. 반면 2004년생인 이원주 씨는 올해 6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데이터과학 전공을 마쳤지만 현재까지 삼성전자나 삼성 계열사에 입사하거나 공식 직책을 맡은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학 재학 중에도 삼성 계열사 대신 미국 시카고 소재 비영리단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데이터베이스 관련 업무 등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동행만으로 이 씨의 삼성 경영 참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직접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다, 이 씨 역시 삼성 내에서 공식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권 승계'와 '기업 활동 경험'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 이 씨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영권을 물려받지 않더라도 삼성 계열사 근무나 사회공헌 활동, 재단·문화사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룹과 접점을 만들 가능성까지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행사가 가족 행사나 사적 모임이 아니라 삼성의 핵심 사업 파트너인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한 자리였다는 점은 이전 공개 행보와 차이가 뚜렷하다.
재계의 시선이 향하는 지점도 이 씨가 당장 삼성 경영에 뛰어드느냐보다는 앞으로 어떤 경력과 공개 행보를 택할지에 맞춰지고 있다. 6년 전 이 회장이 '4세 경영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상황에서, 딸 이원주 씨의 첫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 동행이 단순한 가족 동행에 그칠지 새로운 대외 행보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