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안별 출석 필요성 따져야”…국감 대응에 경영 부담 우려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채용 가이드라인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와 책임자 징계,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이부환 대표이사까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재계의 시선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
이미 회사 차원의 후속조치가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CEO까지 증언대에 세우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불가피한 절차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보여주기식 CEO 소환’인지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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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채용 가이드라인 논란을 계기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대기업 총수와 CEO에 대한 증인 신청도 잇따르면서 재계에서는 기업인 증인 채택이 실제 경영 현안에 대한 국회의 검증을 넘어 경영진의 국회 출석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부환 대표를 다음달 7일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교육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 채용 가이드라인의 작성 및 배포 경위와 실제 채용 과정에서 해당 지침이 적용됐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에서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력과 나이 등을 기준으로 경력직 지원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채용 가이드라인이 작성됐다는 데서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7일 이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해당 가이드라인을 작성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문제가 된 가이드라인이 실제 채용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내부 조사 결과 인사 담당자의 개인적 일탈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실제 경력직 채용에서는 다양한 학교와 연령대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정상적인 채용 절차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관련 책임자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회사는 채용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정 채용 관련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제 쟁점은 채용 가이드라인의 적절성을 넘어, 회사가 사과와 징계에 착수한 뒤에도 CEO까지 국감장에 세우는 것이 과도한 책임 추궁인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회사 차원의 사과와 징계, 제도 개선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 대표이사까지 국감장에 세우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지, 아니면 상징적 책임 추궁에 가까운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CEO의 국회 출석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글로벌 사업과 투자, 주요 거래처 및 해외 사업 등을 직접 챙겨야 하는 경영진의 일정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방산 분야에서 해외 사업 확대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진의 대외 일정과 주요 의사결정이 사업 추진과 연결되는 만큼 국감 대응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이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기업인 국감 증인 논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에서는 반도체·방산·항공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증인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신청이 거론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과정과 외압 의혹 등을 확인한다는 취지다. 다만 두 사람은 여야가 초기 협의를 거친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종합감사 과정에서 추가 채택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방위원회에서도 기업인 소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석부회장과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와 방산 분야 수직계열화 문제 등을 이유로 증인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신익현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 사장 역시 방위사업청 사업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임원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출석 요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기내식에 사용되는 국산 농수산물 비율 문제로 증인 신청 대상에 올랐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과 관련해서는 이강만 한화그룹 사장과 이희근 포스코 사장 등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기업인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란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국감에 앞서 기업 총수와 CEO를 포함한 증인·참고인이 대거 신청됐다가 막판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상당수가 철회되는 모습도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증인 신청 규모가 커질수록 실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사안과 정치적 상징성이 큰 사안이 뒤섞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재계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현안을 국회가 점검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CEO 출석은 실무진이나 담당 임원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최고경영진이 직접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경우 등으로 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해당 기업은 CEO 일정 조정은 물론 답변 준비와 자료 제출, 국회 대응 등에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국가 전략산업을 담당하는 기업 수장들을 반복적으로 국감장에 세우는 것이 실질적인 책임 규명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기업인 줄세우기’로 흐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기업의 책임을 확인하는 제도인 만큼 기업인 증인 채택 역시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사안의 중대성과 사실관계, 최고경영진의 직접 관여 여부, 회사의 자체적인 시정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석 필요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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