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국내 철강업계의 비애

조선·금속 / 이동훈 / 2025-02-10 11:10:35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품에 25% 추가관세 발표 예정
국내 철강업계, '쿼터제' 없애고 25%추가 관세 적용될까 우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의 보복 조치를 빌미로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는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조치로, 한국 철강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상호관세는 11일이나 12일에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처지이다. [사진=픽사베이, 재구성=메가경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새로 발표하는 관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10% 보편 관세 인상에 맞서 14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한 이후 나왔다. 결국 이번 미국의 추가 관세는 미ㆍ중 관세전쟁의 연장선인 셈.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빌미로 일본처럼 선물보따리를 안겨줄 것을 관세 부과 대상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의 1조달러(약 1456조원) 대미투자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 막대한 선물 공세를 약속했다.

양국 회담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등을 무기로 무역적자 해소와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이시바 총리가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와우, 이시바 총리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일본이 약속한 1조달러 투자는 2023년 일본의 대미투자 7833억달러(약 1165조원)보다 25%가량 많다. 대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방위비 2배 증액과 평화헌법을 개정한 ‘보통국가화’ 등 오랜 숙원을 해소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국제 외교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보다 더 많은 선물을 바치기를 원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줄 것은 화끈하게 주고 실리를 취했다고 대체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처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앞세운 과도한 선물 요구는 글로벌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폭탄 발표에 혼란스런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쿼터제이다보니 원칙적으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에 있기에 현재로서는 회사와 국내 철강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미국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미 양국은 추가 관세 대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 철강 수출에서 연간 263만 톤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이 물량 내에선 무관세로 수출하고,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은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수입 쿼터제’를 철폐하고 25% 관세를 부과하거나, 기존 쿼터제를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이번 조치로 인해) 수출길이 막힐까 우려된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미국까지, 양측의 대리 싸움터 신세로 전락해 새우등 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반면 관세 장벽이 높은 국가와 한국처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상당 부분 철폐한 나라는 다르게 대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국가가 상호적일 것이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관세가 있는 어느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이용하는 국가들에는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답한 것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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