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서스틴베스트 반대 개의치 않아, 예정 수준"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최근 두산밥캣 등의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금융감독원까지 개입에 나서자 선제적으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합병 안건을 원활하게 통과시키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2일 관련 업계 및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7일 SK E&S와의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SK E&S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SK(주)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역시 33.66%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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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을 앞두고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 E&S 기업설명회’에서 회사 사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통해 총자산 100조원대라는 최대 에너지 기업 탄생을 예고했다.
글로벌 양대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양사 합병에 대해 권고하면서 이번 주총 통과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2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기관투자자들에게 합병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합병 발표 당시에도 일부에서 합병비율 결정 과정에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로 책정해 소액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SK이노베이션은 서스틴베스트가 합병 반대 내용을 발표한 다음날인 22일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일반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업계 일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바라보고 있다.
두산밥캣 사례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금감원 개입을 보고 놀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합병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예정된 계획대로였다는 입장을 메가경제에 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서스틴베스트의 발표 때문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이와 같은 자료를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시점에 배포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나 신용평가사 등은 양사 합병에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내용 같은 경우를 고려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연구소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권고하고 있다. 메가경제 취재 결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큰 반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부터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 네이버 등에 'SK이노베이션 – SK E&S 합병' 사이트를 개설해 합병 통합 시너지, 일반 주주 주요질문 및 답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SK E&S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주주들의 최종적인 판단에 달려 있다”며 “향후 소액주주 움직임이 있다면 금감원 등 외부 기관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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