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너지 물결 삼성SDI·LG엔솔 등 '죽을 맛' VS 두산·HD현대·SK '표정관리'

에너지·화학 / 이동훈 / 2025-01-16 11:45:21
국내 배터리 3사, 적자 기록...중국 공세에 흔들
두산에너빌·SK 등 에너지 주권 시대 맞아 활짝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중국발 저가공세가 배터리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관련 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실적 부진을 야기하고 있다. 반면, 원전 에너지 핵심 부품 기술을 개발한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 등은 사업 호조를 통해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발 물량 공세와 시장 수요 감소로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SDI의 영업적자는 1000억~2000억원, SK온의 영업적자는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255억원의 잠정 영업적자를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 캐즘과 원자재 가격 하락 그리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매서운 저가 물량공세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 에너지 트렌드의 변화로 배터리업체와 원전 부품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재구성=메가경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던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잠시 멈추면서, 배터리 수요도 감소했다”며 “또한, 주요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 니켈 등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배터리 생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배터리 판매 가격 인하 압력으로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거센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1분기 영업 적자 폭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1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축소 정책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청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실적 면에서는 전례 없이 힘든 시간을 보냈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탓이다”는 자기 반성과 함께 “올해 사업환경도 매우 어렵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3사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다시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차별화된 초격차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 배터리 3사와는 대조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친환경 에너지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며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해외 원자력 시장에서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세를 견인할 전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는 우리나라가 24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 증기터빈을 납품할 예정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를 비롯한 유럽에서 원전용 증기터빈 등 현재까지 540기 이상의 증기터빈을 공급해온 업체다. 유럽에서 향후 원전 및 가스터빈 발전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유럽 각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위기에 빠진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및 가스 복합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스코다파워의 체코 상장을 준비하면서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지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스코다파워에 발전기 기술을 이전해 2029년부터 소형모듈원전(SMR), 복합화력 등 발전소용 발전기 생산을 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무엇보다 국내 배터리 3사에게는 악재로 작용하는 트럼프 2기가 두산으로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2기 정부는 SMR이 미국 경제·안보에 꼭 필요한 산업이란 점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SMR은 핵분열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로 설비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설비, 각종 안전 관련 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들은 이 중 가장 중요한 원자로 설비 기자재 제작에 특화되어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원자로 안에서 일어나는 핵분열을 통제하는 노심 구조물 등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등을 제조하기에 트럼프 2기 수혜주로 언급된다.

SK그룹은 트럼프 시대 원전 사업의 첨병이라는 테라파워에 3650억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AI를 접목한 SMR에 접목한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정작 수혜 기대를 모으는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SMR 수요가 많아질 것이란 예상은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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