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AI 실험' 끝냈다…충돌분석 90%·생산중단 86% 줄여

자동차·항공 / 박제성 기자 / 2026-08-12 10:49:32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3만명 쓰는 'H Chat Pro' 앞세워 연구개발·생산·정비 전방위 AX
연 52억원 비용 절감까지…다음 승부처는 로봇·공장 결합 '피지컬 AI'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AI)을 연구개발부터 생산·정비·고객 서비스까지 실제 업무에 투입하며 ‘AI 전환(AX)’을 본격화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차량 충돌시험 자료 분석 시간을 90% 줄이고 생산라인 중단 시간을 86% 단축하는 등 AI를 비용과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 12일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발표 중인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그룹은 12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2019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DX)과 이를 기반으로 한 AI 활용 성과를 공개했다.

 

핵심은 ‘AI가 일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을 먼저 만든 데 있다. 그룹은 지라(JIRA), 두레이(Dooray), 컨플루언스(Confluence), 마이크로소프트365(M365) 등을 도입해 조직별로 흩어져 있던 업무와 정보를 디지털화했다.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 데이터도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결했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AI를 현업에 직접 투입하고 있다. 대표 플랫폼은 사내 생성형 AI 서비스 ‘H Chat Pro’다. 임직원이 업무에 따라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이용자는 3만명을 넘어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가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도 구체화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에 도입된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수십 년간 축적된 충돌시험 결과와 이미지, 해석 자료를 한 번에 검색·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과거 엔지니어 경험에 크게 의존했던 유사 사고 사례 분석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자료 탐색과 검토 시간을 약 90% 줄였다.

 

생산 현장에는 AI가 직접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차량식별번호(VIN)를 카메라로 판독해 생산 차량 정보를 자동 검증하는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국내외 약 70개 생산 거점에 적용됐다. 그룹은 이를 통해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을 실어나르는 대차의 이동 경로를 AI가 계산하는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도 생산라인 중단 시간을 약 86% 줄였다. 제조 특화 플랫폼 ‘E-FOREST: POLARIS’를 통해서는 현장 엔지니어가 개발자 도움 없이 직접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정비와 고객 서비스에도 AI가 파고들었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AI가 차량 오류와 증상을 분석해 관련 정비 방법을 제시하면서 대응 시간을 약 42% 단축했다. 

 

고객 리뷰 업무에서는 AI가 내용을 자동 분류하고 답변 초안을 작성해 건당 처리 시간을 기존 35분에서 5분으로 줄였다. 현재 전체 리뷰의 85% 이상이 AI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그룹의 AX 전략은 앞으로 차량과 로봇, 생산설비 등 현실 세계에 AI를 결합하는 ‘피지컬 AI’로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AI가 직원의 판단과 업무를 돕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제조 현장과 모빌리티 자체를 지능화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I는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라며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와 사업에 적용해 조직 경쟁력으로 내재화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AI를 가장 많이 쓰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룹이 지난 수년간 구축한 DX가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었다면 이제 시작된 AX는 그 데이터를 실제 시간과 비용, 품질 개선으로 바꾸는 단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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