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조합간 공사비 갈등 속 소송전 비화까지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서울 재건축 사업장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등 등 황금알 재건축 시장에서도 공사비 상승 악재로 인해 실제 진행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 한남, 송파 잠실의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는 건설사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이뤄지는가 하면, 1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되거나 아예 나서는 건설사가 없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재건축 사업성을 두고 시공사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잇따라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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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아파트 [사진=현대건설] |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22일 개최한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사비가 약 4544억원의 대림가락 재건축 사업장은 삼성물산이 단독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관련 법에 따라 2차례 이상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인근 다른 정비사업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1차 입찰 때는 롯데건설만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송파구에선 지난해 잠실우성4차(DL이앤씨),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 삼환가락(GS건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서초구 반포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양상이다.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 이후 지난해 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가까운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데다 총공사비가 1조310억원에 달하는 신반포4차의 경우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에 따른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용산구 한강변에 위치한 산호아파트도 네 차례 유찰 끝에 작년 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는 정비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은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데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성을 따져봤을 때 경쟁에 뛰어들 유인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업계는 인건비·원자재비 급등으로 최근 4년간 공사비가 30% 가까이 치솟으면서 다른 건설사와 싸워 재건축을 따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합에서 받기로 한 금액(계약 공사비)보다 착공 이후 실제로 지출하는 비용이 훨씬 커지는 경우가 늘고 있어 사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를 놓고 건설사와 조합 간의 고소전도 격화되고 있다.
GS건설은 실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조합 측에 2500억원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는 조합원 1인당 5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더 요구한 것이다. 이는 조합원 1인당 5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GS건설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서도 조합과 공사비 갈등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은 조합에 공사비 증액분 총 1032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는 조합원 1인당 5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철산주공 재건축 조합은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사업장에서도 입주를 앞두고 조합 측에 추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고 최근 조합이 309억을 더 내는 방향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시공사는 722억원 증액을 요구했고 서울시의 중재로 240억원으로 진행되는 듯했으나 마무리되지 못했다. GS건설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조합은 앞서 309억원 증액안을 긴급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장위자이레디언트 조합원들은 예정대로 3월 입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 요건으로 공사비 급등이 현실화하며 한강변 등 요지에서도 시공사 입찰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공사비 증액 이슈가 부각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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