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전기차 시장 혁신적 비전 제시, 주가 상승 견인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삼성SDI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강행하면서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의 ‘진심’ 리더십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삼성SDI의 제55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이날 주총에는 최주선 대표 선임 등 안건이 올라왔지만, 초점은 유상증자에 모아졌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발행 주식의 17.2%인 1182만1000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16만9200원이며, 확정일은 5월 22일, 납입일은 6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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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SDI] |
이로 인해 삼성SDI의 주가는 2차전지 업황 부진과 맞물려 3년 만에 70% 넘게 하락했다. 증권가는 발표 시기가 좋지 않았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발표 전날인 13일, 투자신탁에서 65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매도가 발생하며 삼성SDI 주가는 전날 대비 4.23% 급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주가 급락과 대규모 매도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상증자 발표 전에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맞물려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주총 현장에서도 가득했다. 삼성SDI의 소액주주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1.72%에 달한다.
일부 주주들은 “(전년비) 영업이익이 76.5% 감소하고,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처음 봤다”며 삼성SDI 경영진을 향한 성토를 쏟아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새로운 주식을 유상으로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주식 수가 증가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어 주식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100만 주가 발행된 회사에서 100만 주를 추가로 발행하면 총 주식 수는 200만 주로 늘어난다. 기존 주주가 1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전에는 회사 전체의 1%를 소유했지만, 유상증자 후에는 0.5%만 소유하게 된다.
유상증자는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거나 미래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주식 매도세가 발생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유상증자가 항상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기업의 성장 동력 확보나 재무 구조 개선에 사용된다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덕분이다.
삼성SDI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고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주선 사장은 변명이 아닌 ‘사죄’와 ‘비전’을 내세워 정면 돌파를 택했다.
◆ “미래 위한 투자, 불가피한 선택” 사과하며 유상증자 배경 설명
우선 김종성 CFO(부사장)는 어려운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했다.
그러면서 김 CFO는 최근 1년간 생산 설비 및 연구 개발 투자로 순차입금이 5조 원 증가했고, 미국 등에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추가 차입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설명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증폭되면서 투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동시에 유상증자 외 회사채 발행,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삼성SDI, 최주선 대표 체제 출범, '캐즘' 등 우려 불식 시도
최 대표는 삼성SDI의 새로운 수장으로 공식 취임한 자리에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중점 심사 대상’으로 거론되었던 유상증자와 관련해 “당국에 충분히 설명하여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금융감독원도 삼성SDI의 유상증자에 대해 “투자 자금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증권신고서 심사를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며 투자 계획이 합리적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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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 제55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
최 대표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을 자신했다. 이를 위해 46파이 배터리 출시,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P7) 개발, LFP 배터리 시장 진출, ESS 생산능력 확대 등 다각적인 전략을 알렸다.
최 대표는 “2028년 이후 본격화될 친환경 탄소 배출 억제 추세에 맞춰 삼성SDI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삼성SDI의 미래를 밝혔다.
특히, 최 대표는 약 1억 9000만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으로 주주들과의 신뢰를 쌓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와의 4374억 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과 맞물려 삼성SDI의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20일 9시55분 기준 삼성SDI주가는 전일대비 4.74% 오르며 20만 고지(201,000)를 돌파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대표로 공식 선임된 당일 자사주를 즉각 매입한 것은 책임 경영 및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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