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도 혁신 ②] 가스공사, 초음파 계량기 입찰 '외국계 쏠림'…국제 인증과 시스템 통합 '분리론' 부상

공정경제 / 박제성 기자 / 2026-09-28 10: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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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인증이 사업자 선정 자격까지 좌우하는 현실…국내 시스템통합 기업 입찰 문턱 높아
품질은 국제 기준·시공은 수행능력…'역할별 검증체계' 개편 요구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초음파 계량기의 성능을 검증하는 국제 인증이 사실상 시스템 전체를 구축하는 사업자의 입찰 자격과 결합되면서 외국계 업체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의 현행 초음파 계량시스템 조달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품 자체의 품질을 검증하는 국제 인증과 시스템 통합(SI·System Integration) 사업자의 설계·시공 역량은 성격이 다른 평가 요소다. 그럼에도 현재 조달 과정에서는 두 요소가 사실상 하나의 자격처럼 묶여 운용되면서 국제 인증 제품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국내 SI 업체들의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사진=챗GPT4]

 

업계에서는 입찰 문호 확대가 국내 기업 보호 차원을 넘어 발주처의 계약 관리와 유지보수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계량기의 국제 인증은 그대로 유지하되 실제 사업자는 설계·시공·품질보증·사후관리 능력을 별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조달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초음파 계량시스템 조달제도 개선 논의의 핵심은 ‘제품 성능을 누가 보증하느냐’와 ‘시스템 전체를 누가 책임지느냐’를 구분하는 데 있다. 

 

국제 인증을 충족한 장비 사용은 기본 조건으로 두되 SI 사업자에게는 시스템 설계와 구축 경험, 품질관리 체계, 기술인력, 재무 안정성, 사후관리 능력 등을 별도로 평가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기업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사업자의 역할에 맞춰 평가 기준을 다시 설계하자는 의미다.

 

초음파 계량시스템(Ultrasonic Metering System)은 초음파를 이용해 천연가스 등 유체의 흐름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설비다. 

 

가스 공급량과 거래량을 결정하는 핵심 기자재인 만큼 높은 수준의 정확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ISO 17089, AGA Report No.9, OIML R137 등 국제 기준은 초음파 계량기의 측정 성능과 정확성, 신뢰성을 검증하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SI 영역은 계량기 자체의 성능과 다른 영역이다. 이는 현장별 배관 구조와 압력·유량 조건을 분석하고 계량기와 제어장치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한 뒤 설치·시운전과 유지보수까지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 국제 인증은 ‘제품’, SI는 ‘실력’…‘역할별 검증’ 필요성 부상


업계에서 초음파 계량시스템 조달 과정에서 ‘국제 인증’과 ‘SI(System Integration) 역량’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량기 자체의 성능과 품질은 국제 인증을 통해 검증하되, 시스템을 실제로 설계·구축하는 사업자의 역량은 별도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입찰 참가업체가 국제 인증을 확보한 제조사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공급확약서를 제출하고, 해당 제품을 활용한 설계·시공 능력과 사업 수행 경험을 별도로 검증받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경우 계량기 품질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SI 업체의 기술력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중심으로 사업자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계약 책임 구조 역시 조달 기준 개편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요소로 꼽힌다. 제조사와 시스템 구축업체의 역할이 분리된 사업 구조에서는 설비 이상이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제품 자체의 문제인지, 설계·연계 과정의 문제인지 원인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SI 사업자가 계량기를 포함한 시스템 전체에 대해 단일 계약책임을 지도록 하면 발주처의 관리 창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설계 오류와 장비 연계, 시운전, 하자보수 등 시스템 구축 전 과정을 계약 상대방이 일괄 책임지는 구조다.

 

단순한 초기 구매가격을 넘어 장기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까지 조달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음파 계량시스템은 설치 이후에도 검교정과 부품 교체, 장애 대응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설비다. 입찰 단계에서 유지보수 인력과 긴급 대응체계, 부품 조달 능력 등을 함께 평가할 경우 초기 도입가격뿐 아니라 전체 생애주기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해외 주요 에너지 기업들도 벤더 선정 과정에서 장비를 직접 제조하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품질관리 체계, 기술인력,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초음파 계량기 조달제도 개선의 핵심은 특정 제조사나 특정 국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며 “계량기의 품질은 국제 인증으로 검증하고, 시스템 구축 능력은 SI 업체의 실제 수행 역량과 계약책임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역할별 검증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가 정착되면 국산화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줄이는 동시에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서도 계약 관리와 유지보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결국 조달 기준 개편은 국내 산업 육성과 발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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