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상대로 소스가격 인상... 본사는 '방긋'
[메가경제=정호 기자] 교촌에프앤비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직접적인 가격 인상 대신 제품 용량 축소와 배달료 인상 등 우회적 방식을 동원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808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9%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3.2%로 업계 평균을 하회하며, 2023년 248억원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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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촌치킨.[사진=메가경제] |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교촌치킨은 올해 들어 제품 용량 축소와 배달앱 가격 인상을 동시에 추진했다. 순살메뉴 14종을 '허니순살(500g)'로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 용량을 200g 축소했으나 가격은 동결했다. 또한 허벅지살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가슴살을 일부 사용하면서 원가 절감을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서울 지역 가맹점 과반수가 배달앱 메뉴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기존 2만3,000원이던 치킨이 2만5,000원으로 8.7% 올랐다. 본사는 배달·중개 수수료 부담 증가를 이유로 들었으며, 가맹점주 찬성률은 9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교촌에프앤비가 자회사를 통한 수직계열화로 수익성을 보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스 생산 자회사인 비에이치앤바이오는 2024년 매출 320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1%, 22%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12.8%로 모기업을 크게 상회한다.
교촌치킨은 BBQ가 6개 업체에서 소스를 공급받는 것과 달리 모든 소스를 자회사를 통해 가맹점에 납품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메뉴 다양화로 12종의 소스를 관리하는 부담이 커진 데다 소스 단가까지 인상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촌치킨의 우회 인상은 이재명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출범 직후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외식업계에 가격 동결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최근에도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신속하고 엄정한 물가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교촌치킨은 2021년 말 업계 최초로 제품 가격을 8.1% 인상한 데 이어 2024년 4월 주요 제품을 15~19% 올리며 '가격 인상 선봉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우회 인상이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교촌에프앤비 측은 관련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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