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OEM만 생존…중소는 수주 끊기며 줄도산 위기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의류산업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소비는 얼어붙었고, 시장은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이 ‘양극화 생존 게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발간한 ‘내수 소비둔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져온 국내 의류산업의 구조적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류시장은 성장 둔화와 소비 양극화 속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 브랜드, 대형 OEM과 중소형 OEM 간 실적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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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업계가 소비둔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챗GPT] |
보고서는 내수 소비 위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의류 산업 전반에 걸쳐 ‘브랜드 포트폴리오·유통채널·생산기지’에 따라 체력이 갈리는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2023년 85조원에서 2025년 86조원 수준에 머물며 2년 연속 1% 미만 성장에 그쳤다. 외형만 유지했을 뿐, 사실상 정체 국면이다.
문제는 소비 구조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은 지갑을 열고 있지만, 중산층은 지출을 줄이며 시장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2025년 중산층 의류 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싸게 빨리”…SPA만 독주, 프리미엄은 붕괴
이 같은 소비 변화는 브랜드 실적을 극단적으로 갈랐다. 가성비 SPA 브랜드는 빠른 생산과 저가 전략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정반대다. 매출은 줄고, 재고는 쌓이고, 수익성은 급락하는 ‘3중고’에 빠졌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구조적 한계가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품 기획부터 매장 입고까지 최대 1년이 걸리는 선기획 생산 방식은 트렌드 대응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팔리지 않는 재고가 쌓이고, 현금은 묶인다.
여기에 ‘노세일 정책’까지 겹치면서 재고 소진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할인으로 빠르게 털어내는 SPA와 달리,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가격을 쉽게 낮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통 구조도 문제다. 국내 프리미엄 의류는 여전히 백화점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백화점 수수료는 최대 30%를 웃도는 수준. 여기에 인테리어·마케팅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결국 매출이 줄어들수록 비용 부담은 더 커지는 ‘역레버리지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 주요 브랜드들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추락했다.
▶ 공급망 대이동…“동남아 버리고 중남미 간다”
글로벌 환경 변화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정책 강화로 글로벌 브랜드들은 생산기지를 동남아에서 중남미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중남미는 미국과의 거리, 관세 혜택, 납기 단축 측면에서 모두 유리하다. 특히 원사부터 봉제까지 한 지역에서 해결하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지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류 OEM 업계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남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업체들은 투자 여력이 없어 주문이 줄고 가동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일부 업체는 적자로 전환됐고, 자산 매각으로 버티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전문가들은 의류산업이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소비는 계층별로 갈리고, 브랜드는 가격대별로 갈리며, 생산은 자본력에 따라 갈리는 전방위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느냐’의 문제”라며 “재고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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