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정진성 기자] 자국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이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스위스의 민간 무역정책 연구기관인 GTA(Global Trade Alert) 데이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제조업 보조금을 분석한 결과, 2015년 584억 달러에서 2023년 5502억 달러, 2024년 9월 기준 5060억 달러로 10배 수준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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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대한상공회의소 |
코로나19 전후 5년을 비교해보면, 코로나19 이전 5년간(2015~2019년) 5142억달러에서 이후 5년간(2020년~2024년 9월) 1조9728억 달러로 3.8배 증가했다.
제조업 보조금을 GTA가 분류한 세부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정부대출’이 6365억달러(25.6%)로 가장 많았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재정보조금’이 5862억달러(23.6%)로 두 번째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보증과 대출인 ‘무역금융’이 2377억달러(9.6%), 구제금융, 정부 출자 등 ‘자본투입’이 1912억 달러(7.7%), ‘대출보증’이 1074억 달러(4.3%) 순이었다.
이 중 재정보조금은 코로나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0년~2024년 9월 기준 재정보조금은 4995억달러(25.3%)로 코로나 이전 5년에 비해 약 6배 증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위 5개 규모 보조금 유형 중 재정보조금을 제외한 정부대출, 무역금융 등은 모두 비중이 감소했다.
실제로 주요국들은 재정보조금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미국의 재정보조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5~2019년에는 28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이후인 2020~2024년에는 1048억달러로 37배 증가했다. 2022년에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의 영향이 컸다.
EU도 코로나19 전후의 5년 기간 동안 168억달러에서 828억달러로 재정보조금 규모가 늘었고, 코로나19 이전에는 재정보조금 규모가 적었던 일본(4억→665억), 독일(5억→584억), 프랑스(0억→349억) 등도 코로나 이후에 재정보조금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간접 금융지원 방식의 지원이 제조업 보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난 10년간 상위 5개 제조업 보조금 유형을 보면, ‘무역금융’이 775억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정부대출’이 556억달러로 2위, 그 뒤로는 ‘대출보증’(131억달러), ‘수출지원’(98억달러), ‘현물지원’(77억달러) 순이었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재정보조금 정책을 수혜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를 대상으로 한 재정보조금 규모가 코로나 이전 5년 대비 코로나 이후에는 적게는 2배, 많게는 13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는 재정보조금이 2015~2019년 197억 달러에서 2020~2024년 9월 1332억 달러로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399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일본(308억), 중국(171억), EU(133억), 인도(106억)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CHIPS법)을 자국 내 반도체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고,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투자기금을 조성, 지원해 왔으며 최근 3차 기금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 외 일본, EU, 인도 등 주요국에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를 위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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