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로보틱스 선도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찾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혁신 기술을 직접 챙기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해 보스턴에 위치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본사와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잇달아 방문한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여정은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인 미래 혁신 기술을 직접 점검하고, 미국 투자 법인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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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차그룹 측은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등 혁신기술 분야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정 회장이 올해 초 새해 메시지에서 강조한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차원이라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정 회장은 모셔널 경영진과 기술 개발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현지 엔지니어들을 격려하고 사업 추진 현황 등을 점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미국 ‘앱티브(Aptiv)’와 지분의 절반씩을 투자해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셔널은 자율주행 업계에서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 중인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투자 발표 후 정 회장이 모셔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모셔널 본사를 방문해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현황과 로보택시 추진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지 임직원들과 사업 영역 고도화와 시장 확대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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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
또한 모셔널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직접 테스트하는 등 양사간 협업 프로젝트도 점검했다. 아이오닉 5에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로 모셔널이 그동안 축적한 모든 자율주행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다.
모셔널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개발을 맡고 있는 모셔널 피츠버그 거점을 찾아 자율주행 차량 설계 및 개조 시설과 인프라를 점검하고 연구원들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의 설계·개발·제조 역량과 모셔널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결합해 로보택시 및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과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차량개발 단계부터 자율주행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형태를 갖춰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어느 한 쪽이 리드하지 않는 중립적인 기술 전문 기업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 가능한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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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
모셔널은 ▲최초의 완전자율주행차 미 대륙 횡단(2015년) ▲세계 최초의 로보택시 시범사업(싱가포르, 2016년) ▲세계 최대 규모의 일반인 대상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라스베이거스, 2018년~현재) 등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선도해 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치고 있는 로보택시 서비스는 10만 회 이상 탑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에서 업계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를 획득했으며, 2023년에는 리프트(Lyft)와 함께 무인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모셔널은 아이오닉 5에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해 현재 미국 시험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및 모셔널 엔지니어들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한 뒤 리프트와 추진 중인 로보택시 상용화 서비스에 투입한다.
현대차그룹 측은 “아이오닉 5를 활용한 로보택시 서비스는 최근 모빌리티 트렌드의 두 축인 전동화·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셔널은 피츠버그, 라스베이거스, 산타모니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서울에도 거점을 추가로 개소했다. 서울 거점은 또 하나의 핵심 기술 허브(Hub)이자 자율주행기술 테스트 역할을 맡게 된다.
한편,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2월부터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본사도 방문해 현지 경영진과 로봇 산업의 미래와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양산형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사람과 같이 두 다리로 직립 보행을 하는 ‘아틀라스(Atlas)’, 최대 23kg 짐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스트레치(Stretch)’ 등 첨단 로봇 기술들을 체험했다. 스트레치는 내년 중 스팟에 이어 두 번째로 상용화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1992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현재는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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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와 스팟 [서울=연합뉴스] |
2004년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시작으로, 그동안 내놓은 로봇들은 다양한 동작을 정밀하게 구현해 내면서 글로벌 로봇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와 공동 개발한 화성 탐사용 로봇 ‘Au스팟’을 공개하기도 했다.
‘Au스팟’은 지하로도 걸어 내려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화성의 거친 지형 탐사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학습 기능으로 장애물과 탐사 가치가 있는 지형을 식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자동화 로봇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로보틱스를 핵심 미래 사업 분야로 육성해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투자 규모는 1조 원 규모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그룹 내 자체 로봇 개발 역량 향상은 물론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적극 도모할 계획이다.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과 로봇을 활용한 재난 구조 등 공공 영역에서의 역할도 기대가 모아진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된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 곁에서 상시 도움을 주는 비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이 알아서 충전하고 스케쥴 관리를 수행하는 동안 사람은 좀 더 생산적인,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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