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고갈된 美 중산층"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치

글로벌경제 / 박성태 기자 / 2026-06-17 08:56:43
팬데믹 적립 유동성 소멸 속 리볼빙·자동차 할부 연체율 급증…미국 내수 버퍼 고갈
상위 20% 고소득층 소비가 지탱하는 'K자형 양극화'…금리 인하 지연 시 연쇄 뇌관 우려
연준 '금융안정보고서' 서민 가계 건전성 악화 지표 적시…글로벌 자산 시장 긴장감 고조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미국 거시경제의 완만한 성장세 이면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팬데믹 기간 축적된 초과 저축이 완전히 고갈되면서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 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자산 효과를 누리는 고소득층과 빚으로 버티는 서민 가계 간의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짐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미국 내수 소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제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5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 및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동월 발간한 '1분기 가계부채·신용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총부채 규모는 17조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중 신용카드 리볼빙(이월결제) 잔액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p) 이상 급등한 8.9%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자동차 대출(Auto Loan) 또한 90일 이상 장기 연체로 진입하는 신규 연체 전환율이 2.8%에 도달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 상승으로 전체 소비 지표를 주도하는 상위 20%의 착시 효과에 가려져 있던 미국 하위 80%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 저하를 방증하는 지표로 분석된다.
 

이 같은 연체율 급증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저축 버퍼의 소멸이 꼽힌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계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당시 정부 보조금 등으로 쌓였던 가계의 초과 저축액(최고 2조 1000억 달러 추산)은 고물가와 고금리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전액 소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이 바닥난 상황에서 중산층 이하 가구들이 일상적인 생계 유지를 위해 연 20%가 넘는 신용카드 대출과 할부 금융 등 고금리 레버리지에 의존키 시작했고, 이것이 연쇄적인 연체 지표 악화로 이어지는 파급 경로를 나타냈다.
 

서민 가계의 펀더멘털 균열 현상은 월가 경제학자들과 자산운용업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일제히 지적된다. 학계 리포트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 가계의 실질 임금 성장률이 수년간 누적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는 통계적 착시가 지속되고 있다.
 

전체 소비 지표는 총량 면에서 양호해 보이지만 하위 가계의 저축이 제로(0)에 수렴하면서 신용 한도까지 빚을 내어 쓰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가 고금리 장기화 충격을 견디는 기초 체력이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자본시장에서 자산 흐름을 추적하는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역시 미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가 거시 지표의 가시성을 흐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을 보유한 부유층은 자산 효과로 인해 고가 소비를 지속하고 있지만, 자산이 없는 하위 가계는 자동차 대출이나 카드 리볼빙 연체율 지표가 보여주듯 생계형 부채의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둔화가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통계 예측치보다 빠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외신들 역시 연준의 긴축 장기화가 부르는 미국 가계의 잠재적 리스크를 일제히 타전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준비은행의 가계부채 보고서를 인용해 20대와 30대 젊은 층 및 저소득 가구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기울기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무단 대출과 자동차 압류(Repo) 건수 데이터를 계량화하며, 누적된 고금리 비용이 중산층 이하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잠식해 들어가는 침식 효과가 실물 지표로 완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집중 분석했다.
 

가계 부채 건전성 악화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을 둔화시키는 직접적인 변수로 수치화된다. 고소득층의 명품 및 서비스 소비가 전체 소비 총량을 떠받치고 있으나, 서민 가계의 필수재 소비 위축과 신용 경색은 향후 기업 실적 악화 및 고용 시장 침체로 전이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늦어질수록 이 같은 가계 취약성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유도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금리 부담이 경감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체율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할 경우, 가계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의 부실화 등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중산층 가계의 신용 악화 지표는 외견상 견고해 보이는 미국 경제의 숨은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 속에서 서민 가계의 침체가 누적됨에 따라, 향후 한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미국의 소비 지표 균열 여부가 핵심 거시 변수로 다뤄질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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