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직권조사·영장청구 삭제…활동기한 1년, 3개월 이내 연장 가능
특조위원장은 여야 '협의'로 국회의장이 추천…위원은 여야 각각 4명 추천
이태원참사특별법, 핵심 쟁점 사항 극적 합의로 가결…대통령 민주당 추천후보 2명중 특검 임명
퇴장한 與 "독소조항 가득해 거부권 건의" vs 野 "다른 해병 죽음 막는 길"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법안 정식 명칭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인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해 합의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59명에 찬성 256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55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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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은 이태원참사특별법과 달리,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특검법을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애초 본회의 안건에 없던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의 의사일정 변경으로 상정·표결되는 데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다만 김웅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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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참사특별법 여야 합의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발생한 참사의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여야 합의에 따라 국민의힘 윤재옥·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공동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특별법안의 일부 핵심 쟁점을 수정하는 내용의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이후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고 수정안을 마련해 이날 통과시켰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지난 1월 야당이 단독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여야가 맞서 온 사안으로, 여야 간 쟁점 사항이 타결되며 극적 합의가 이뤄져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여야가 합의한 별도의 수정안이 처리됨에 따라 기존 법안은 재표결 절차 없이 자동 폐기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은 정부와 여당이 독소조항으로 지적해 온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직권 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은 삭제됐다.
민주당이 요구한 활동 기간은 여당이 받아들였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특조위 구성은 위원장 1명에 여야가 4명씩 위원을 추천해 총 9명을 두되, 국회의장 추천 몫인 위원장을 기존의 여야 ‘합의’가 아닌 여야 ‘협의’로 정하게 했다.
특별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며, 대통령은 공포 후 30일 이내 특조위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위원 9명이 모두 선임되지 않으면, 전체 위원의 과반수로 특조위를 구성할 수 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여야 간 합의로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안이 체계적인 피해자 구제·지원, 희생자 추모 등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건강·복지·돌봄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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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채상병특검법안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자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해병대 수사를 정부가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는 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중립을 지켰던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요구에 이날 결국 직권상정을 택했다.
김 의장은 “법안이 부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상정되지 않으면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면서 “21대 국회가 5월 29일까지이므로 (부의) 60일 이후 (안건 처리)를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은 ▲ 해병대원 사망 사건 ▲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의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 유기 및 직권남용과 관련 불법행위 ▲ 그 밖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다.
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해당 교섭단체가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부터 4명을 추천받아 이중 2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사흘 안에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
특검은 90일(준비기간 포함) 동안 수사하고, 대통령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채상병 특검법이 여당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태원참사특별법 합의로 모처럼 협치의 첫발을 뗐던 국회가 하루 만에 강대강 대치 모드로 돌아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집단 퇴장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을 사실상 민주당만 하도록 한 조항과 특검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특검법에는) 정쟁과 독소조항이 가득 차 있다”며 “수사 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입법 폭주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을 규탄한다. 수사가 끝나고 부족하거나 공정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평가를 거쳐 특검을 하는게 특검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진실 규명과 함께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수사 은폐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밝히라는 강한 요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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