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 넘어 한·미 통상 분수령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가 단순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한·미 반도체 외교의 또 다른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향해 고율 관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행사 초청 명단에 포함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조우 여부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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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회장 [사진=삼성전자] |
27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갈라쇼에는 러트닉 상무장관을 비롯해 미 의회 관계자, 현지 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초청됐다.
이번 갈라 행사는 북미 지역에서 40여 년 만에 열리는 최대 규모의 한국 고미술 전시를 기념하는 자리지, 삼성 총수 일가와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하는 만큼 워싱턴 정·재계의 ‘비공식 회동장’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 측에서는 이 회장을 필두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참석한다.
삼성전자 및 주요 계열사 경영진도 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참석 가능성도 한때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불참 쪽으로 정리된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번 행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미국의 반도체 통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반도체 생산국을 상대로 관세 협상에 나설 뜻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메모리 기업은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던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러트닉 장관과 이 회장은 이미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만난 바 있다.
앞서 2025년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비즈니스 포럼과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에도 미국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갈라 행사 전후로 반도체 관세 및 미국 내 투자와 관련한 비공식 접촉이나 별도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미 동부 지역에 폭설이 이어지면서 스미스소니언 측은 25~26일 박물관 내 모든 시설을 일시 폐쇄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일부 주요 인사들의 참석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행사는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문화보국’ 철학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15일 개막한 기증품 국외 순회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는 오는 2월 1일까지 워싱턴에서 진행된다. 이후 전시는 올해 미국 시카고박물관과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와 외교,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워싱턴의 밤이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글로벌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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