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사실관계 파악 어려워,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 취하겠다"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이 여러 술자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회식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한 직원은 익명게시판 제보를 통해 "김선진 사장이 취임 후 직원들과 여러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회식에 불참하는 경우, 회식 중 자리를 이탈해 조기 귀가하는 경우 "'충성심'이 없다", "회식도 업무의 일종이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위계감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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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이 회식 자리서 '상습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 |
이어"술을 잘 못 먹는 직원들은 회식 자리에 참석한 여러 직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받거나 이런 사항을 빌미로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등의 발언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직원은 회식 자리에서 당일 몸이 아파 약을 복용 중인 상황에서 해당 사실을 알리고 술을 못 마신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술 마시는 것도 일인데, 저런 정신으로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냐?'는 등의 수치스러운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코오롱생명과학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러 온 것이지 누군가의 술 시중을 들러온 게 아니다"라며 "김 사장의 회식 자리 '갑질' 행태 등에 대해 지주사인 코오롱그룹의 적절한 조치"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실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지 등의 사실 파악이 쉽지 않은 사안이며, 해당 내용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술자리 '갑질' 논란 외에도 회사가 개발 중인 물질에 대해서도 원색적 비난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직원은 "김 사장이 꼭 해야 하는 실험이 아닌데도 꼭 해야 하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의 수준이 떨어져서 못 한 것처럼 선동하고, 이를 이유로 본인의 회사와 업계 평균 이상의 비용으로 계약한 후 1년 넘게 해당 실험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가 정식 발령 이후 가까스로 진행한 뒤 기존 결과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는 점 등은 관련 연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나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 직원은 "플랫바이오라는 회사와 계약 이후 해당 일들은 모두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진행한 후 플랫바이오에서 한 것처럼 위장한다는 사항도 사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오롱그룹 관계자도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플랫바이오는 김선진 사장이 2018년에 창업한 바이오 전문기업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21년 플랫바이오의 지분 일부를 48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약 250억 원을 들여 나머지 잔여 지분을 모두 인수해 합병했다.
지난해 3월 코오롱생명과학의 대표로 선임된 김선진 사장은 서울대학교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University of TEXAS) 엠디 앤더슨(MD Anderson)에서 19년간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2020년 코오롱티슈진에 합류해 '인보사'를 개발하며 코오롱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연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회식 참여 여부로 업무 평가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회식 갑질'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이었고 이중 '회식 강요'가 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17일 밝혔다. 나머지 18건은 회식 배제 사례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제로 참석하게 한 것이었다.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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