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푸틴, 2차대전 후 첫 동원령·핵위협…서방, 강력규탄 "우크라침공 실패 방증"

국제 / 류수근 기자 / 2022-09-22 08:20:24
푸틴 “모든 수단 쓸 것”…“국익포기 실수 더는 없다…공갈·협박에 굴복 않을 것”
바이든, 푸틴 유럽에 핵위협 강력 규탄…마크롱 “푸틴 실수, 러 더욱 고립될 것”
EU “푸틴 위험한 핵도박”…나토 수장 ”핵무기 절대로 투입 않는 것이 목표“
푸틴 군 동원령에 LPR, DPR 등 러 점령지 영토합병 주민투표도 ‘탄력’
젤렌스키 "푸틴, 우크라서 피바다 원해…핵공격 배제못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서방의 예상과 달리 군 동원령을 전격 발동하면서 서방이 러시아에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왔던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진짜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푸틴은 또 오는 23~27일 서둘러 실시하겠다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영토 합병 주민투표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전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7개월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는 가운데 군 동원령을 전격 발동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벨리키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러시아 건국 11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동원령을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고, 크렘린궁은 지금까지 지난주까지 동원령을 검토하지 않는다던 입장이 바뀐 데 대해 서방의 위협 탓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군 동원령을 발동한 건 소련 시절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적) 통합성 보호를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면서 “이미 해당 대통령령에 서명했으며 동원 조치는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동원령이 전면적이 아닌 부분적 동원령임을 강조하면서 “현재 예비역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소집될 것이며, 우선 군에 근무했고 특정 전공과 상응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서방에 대해 “공격적인 반러시아 정책으로 모든 선을 넘었다”고 날을 세우는 한편, 나토 주요국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발언한다는 사실도 지적하며 “그러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러시아도 다양한 파괴 수단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통합성이 위협받으면 우리는 분명히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이는 엄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러시아 통제 아래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하는 걸 용납함으로써 서방이 ‘핵 재앙’(nuclear catastrophe)을 무릅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벨리키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러시아 건국 11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러시아는 지난 1160년의 역사를 통해 잠시라도 주권을 약화하고 국익을 포기하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는 공갈과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시기에 러시아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았다”며 “더는 우리에게 그런 실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검토하지 않겠다던 동원령 입장이 바뀐 데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특별 군사 작전’ 상황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며 “그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다른 여러 비우호적 국가들의 잠재적 군사력과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과 시기에 대해서는 “30만 명이 한꺼번에 동원되진 않을 것”이라며 “동원 범주는 가급적 빨리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동원령에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2월 우크라 침공 이후에도 전쟁이라는 용어 대신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주장해왔다.

크렘린궁 사이트에 게시된 부분 동원령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군역 상한 연령에 도달한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군역 불가 판정을 받은 경우,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을 제외하면 동원령 종료까지 유효하다. 동원된 러시아 국민에게는 계약제 군인의 신분과 급여가 주어진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부분적인 예비군 동원령 전격 발표와 핵위협을 일제히 규탄하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늘 푸틴 대통령은 비확산 체제(핵무기비확산조약) 의무를 무모하게도 무시하며 유럽을 상대로 공공연한 핵 위협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며,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비확산 체제는 유엔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로, 우린 세상이 후퇴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된다”며 “외교가 이를 달성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은 지난 1월 그 약속을 재확인했지만, 오늘 우리는 이를 불안하게 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러시아의 핵위협을 정면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푸틴 대통령이 아주 위험한 핵도박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은 나토의 목표는 핵무기가 절대로 투입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며 “러시아가 아무리 위협과 선전을 해봤자,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국제공동체는 단결됐고, 러시아가 전 세계적으로 추방당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취재진과 만나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을 “실수”라고 부르며 이번 결정이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푸틴 대통령에게 가하는 압박을 최대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전격 발표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는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으로 자국의 주권과 영토의 불가침성을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지원 등에 힘입어 잘 방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령하면서 “러시아는 돈바스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주민들이 내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영토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들은 주민투표의 준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남부의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는 러시아 영토로 정식 편입되기 위한 주민투표를 오는 23~27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군동원령 전격 발표 이후 독일 빌트와 한 첫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피바다 속에서 익사시키기를 원한다"면서 "피바다 속에는 자국 군사들의 피도 포함된다"고 규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이미 군 부분동원령을 시행했다"면서 "우리 비밀정보 요원과 동맹국들은 이를 이미 얘기했다. 지난달 내내 그는 동원령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군동원령은 러시아가 장교들과 다른 군인력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는 이미 러시아가 사관후보생을 동원한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싸움을 못 하는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교육을 마치지도 못하고 전사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지역의 탈환을 중단한다는 계획은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 계획에 따라 한 단계씩 전진할 것이고, 우리가 우리 영토를 해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진행하려 하는 주민투표는 거짓 투표라며 "전 세계 국가 중 90%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핵무기를 투입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간접적 위협과 관련해서는 "나는 그가 핵무기를 투입하리라 믿지 않는다"면서 "전 세계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그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면서 "위험은 항상 있다"고 핵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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