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소재 명망 있는 신원CC의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벌어진 갈등에 대해 이경렬 대표는 "아무 권한 없다"고 조정회의서 발언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신원CC는 지난 1999년 IMF외환위기 이후 부도난 골프장을 회원들이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운영하는 곳. 신원CC 사례 이후 모기업의 부도 등으로 주주회원제로 전환된 골프장이 이후 속속 등장한다.
740여명의 회원들이 주주로, 경영과 관리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따라서 주주회원들은 인근 골프장에 비해 그린피 등 이용금액이 낮아 만족도가 높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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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원CC 제공 |
하지만 신원CC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낮았다.
업계의 사원급 초봉은 연 2886만원 수준. 하지만 신원CC는 이보다 75만원 가량 낮아 2811만원 수준이었다.
직급이 올라갈 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업계 평균보다 주임급은 175만원, 계장 370만원, 대리 609만원, 과장 742만원, 차장 1004만원, 부장 702만원 수준의 연봉차를 보였다.
많게는 18.3%까지 부족한 조건.
2년 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이처럼 낮은 임금 수준은 다소 개선됐다.
2020년 기준 직급별 초임연봉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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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신원CC지부 제공 |
당시 임금교섭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지노위 조정까지 간 끝에 어렵게 체결됐다. 하지만 당시부터 사측 교섭대표인 박용식 전 사장에 대한 일부 이사진들의 불만이 제기됐다고 노조는 말한다.
한국노총 전국노동평등노조 신원CC지부 이문수 지분장은 "조정회의서 회사 경영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다고 답한 이경렬 대표이사의 말에 사용자측 지노위원도 질타했다"며 "이사진들의 지나친 경영권 개입행태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금교섭 역시 난항이다. 코로나19 국면에 잘 알려진 것처럼 골프장 매출은 탄탄했다. 하지만 2020년 임금인상률 4.36%가 높다며 사측은 1차로 2.5% 인상을 제시했다. 이는 2020년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으로 비용이 부담된단 이유였다.
하지만 주주들이 뽑은 박완철 회장의 지시로 사장은 이후 교섭에 동결안을 가져왔다.
임금인상률에 대한 격차 외에도 갈등 이슈는 또 있다.
지난 1월부터 신원CC는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내방객들이 먹고 마시는 것이 불가능하다.
당초 4월까지 예상됐던 공사가 지연되며, 61억원에 계약 체결된 것이 90억원 넘게 늘어났다. 1차 공모서 70억원 중반 금액이 부결됐던 것을 감안하면 답답할 노릇.
신원CC는 이로 인해 식음료부문 외주화를 추진했다. 업체는 CJ로 선정됐고, 식음료팀에서 근무하던 25명 직원들의 거취는 외주사와 상의하라는 게 신원CC의 입장이다.
이 지부장은 "단체협약에 사업장 분할시 합의사항으로 명시된 부분을 위반하며 외주사로 식음팀 운영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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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원CC지부 제공 |
노동조합은 9일 오전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정시 출퇴근을 중심으로 한 준법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문수 지부장은 "사측과 교섭을 지속해 나가겠지만, 상황에 따라 전면파업도 염두에 두고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주주회원제가 도입된 신원CC는 전환 초기만 하더라도 기존과 다른 투명한 운영으로 각광을 받았던 곳이다.
1992년 개장한 본래 유서 깊은 골프장이었던 데다가, 회원(주주)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국형' 프라이빗 골프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이는 아무래도 운영수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다른 회원제 골프장보다,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특히 신원CC는 국내 골프장 최초로 회원(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신원CC 회원권의 품귀 현상을 빚기도. 최근 몇년 사이 회원권 시세를 보면 2018년 2억9000만원 수준이었던 회원권은 2020년 5억원을 넘어서고, 2021년 7월 기준 7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 물량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과연 무주공산 골프장에서 회원들이 만족스러웠을까? 이들이 회원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던 것에는 골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수고도 한몫을 차지했던 셈.
국내 회원제 골프장에서 속출하고 있는 경영악화와 경영진의 모럴헤저드, 그에 따른 법적쟁송 사례들을 살펴보면 주주회원제 골프장은 대안으로 제시될 만하다.
하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림자가 알고보니 골프장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 대표이사의 발언은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책임소재를 찾기 위해 다시 구태인 회원제 골프장으로 돌아가는 게 답일까? 모순된 상황은 낙후된 국내 노동인식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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