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현지서 인과 관계 등 조사 중, 답할 입장 없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사업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조성과 관련한 공사로 현장 인근 지역의 홍수 발생 시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보도와 메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지 주민들은 롯데케미칼의 안전 관리 소홀로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격노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반튼주 찔레곤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홍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현장의 인명 사고 외에도 찔레곤 지역 373가구가 피해를 입고 11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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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찔레곤 시청에서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임동희 대표이사(왼쪽에서 네번째)와 찔레곤시 Helldy Agustian 시장(오른쪽에서 네번째), 롯데케미칼 최영광 커뮤니케이션부문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의 찔레곤 교육 후원 및 친환경 활동 강화를 위한 MOU체결 기념사진. [사진=롯데케미칼] |
현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롯데케미칼의 공사 과정에서 토지 매립으로 인해 수로가 협소화되어 홍수 피해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한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에도 인근 지역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실제 2020년 5월 12일(현지시간) 롯데케미칼의 종속기업인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는 칠레곤 지방의회 주관 청문회에 참석해 같은 달 5일 발생한 홍수에 대해 해명했다.
당시 홍수로 찔레곤 라와 아름 지역의 70여 채 주택이 물에 잠겼다. 당시에도 지역 주민들은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단지 건설로 수로 폭이 좁아져 비가 많이 내리면 강물이 넘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빗물을 흡수할 습지 부족 또한 지적하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저수지 건설을 요구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 12월 29일 홍수가 발생했을 때도 지역 주민들은 롯데케미칼에게 책임을 묻고 저수지나 운하 건설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롯데케미칼 현지법인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홍수 피해를 막으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빗물이 바다로 흘러가도록 물길을 12m에서 18m로 확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도 홍수로 인한 피해가 되풀이되자 결국 헬디 아구스티안 찔레곤 시장은 홍수 재해 관리 회의에서 PT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의 지하 배수로가 최근 홍수의 주요 원인이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헬디 시장은 지하 배수로의 용량부족이 홍수 원인으로 지목한 뒤 지하배수로의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 측이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안전장치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헬디 시장도 롯데케미칼 측이 홍수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주장대로라면 롯데케미칼 측은 안전관리 시스템 논란에 앞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심지어 인명 경시 의혹까지 불러일으킬 사안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메가경제에 "해당 단체와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 현지 단체들의 시위는 당사만을 가지고 하는(시위하는) 것은 아닌 걸로 안다"고 답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어 "한 분이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현지에서 인과 관계 등을 조사 중인 관계로 아직까지 답할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39억 달러(약 5조 1698억 원)를 투자해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 사업으로 연간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PL) 52만 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 톤 등 17개 종류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법인인 ‘롯데케미칼 타이탄’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지분 51%와 49%를 보유하고 합작했다. 롯데케미칼은 완공 시 연간 2조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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