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나포 ‘한국케미’호 선원 19명 석방 결정..."바이든 의식했나"

국제 / 류수근 기자 / 2021-02-03 01:37:09
이란 혁명수비대 '환경오염' 이유로 나포·억류한지 29일만
이란 외무부“한국 정부 요청과 인도주의적 조처로 출국 허가"
양국 차관 통화서 동결자금 해결 통해 우호관계 회복키로
이란, 동결자금 미해결에도 한국선원 석방…바이든 의식 가능성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 대부분이 억류에서 풀려나게 됐다. 지난 달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한국케미가 나포된 지 29일 만이다.


다만 이란 정부는 선장과 선박은 이란이 주장하는 해상 오염에 대한 조사를 마칠 때까지 남겨두기로 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 혐의로 억류된 한국 선원들이 한국 정부의 요청과 인도주의적 조처에 따라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가 지난 달 4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함정들에 의해 나포되고 있는 모습. 이란 국영 TV는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에서 환경 오염 유발을 이유로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타스님 통신 제공] [테헤란 AP=연합뉴스]

 

우리나라 외교부도 선원들의 석방 사실을 확인했다.

외교부는 3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건 제1차관은 2일 오후 6시50분부터 약 30분간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케미호 및 승선 선원들의 조속한 억류해제를 위해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과 전화 통화를 실시했다”며 “아락치 차관은 이란 정부가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하였음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억류 해제되는 선원은 선장을 제외한 우리 국적 4명과 외국 국적 선원 15명 전원 등 총 19명이다.

한국케미호에는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으며, 이들은 한국케미호와 함께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됐다.

최 차관은 이란 측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잔류 예정인 선장과 선박 또한 조속히 억류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락치 차관은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동안 선장에 대해 인도적 처우와 충분한 영사조력을 보장할 것임을 약속했으며 양측은 현 상황의 조속한 종료를 위해 상호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는 “이번 통화를 계기로 양 차관은 한-이란 신뢰회복의 중요한 첫걸음을 양국 정부가 시작했다”면서, “동결된 원화자금 문제 해결을 통해 서로가 어려울 때 돕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회복해 나가자는데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이 2021년 1월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 제공= 연합뉴스]

 

최 차관은 이란 동결자금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면서, 미국 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미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해 나갈 것임을 이란 측에 설명했다.

양측은 또, 이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선사 및 억류 선원 가족과 수시로 소통하고 상황을 공유하면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영사조력을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선장과 선박에 대한 억류가 해제될 때까지 이란 측과의 협의 등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선박과 화물의 유지, 관리 필요성 등을 감안해 억류 해제되는 선원들의 인수와 귀국을 포함한 이동에 관해서는 선사 측과도 협의중이다.

한국케미호는 지난 달 4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한국케미호는 나포 당시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고속정과 헬기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한국케미에 접근, 항로를 반다르아바스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한국케미호는 혁명수비대의 요구대로 이란 영해에 들어섰고,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과 한국케미호는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됐다.
 

▲ '한국케미' 나포에서 석방까지. [그래픽= 연합뉴스]

당시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검찰과 해양항만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주사인 디엠쉽핑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제시한 나포 사유에 반박했다. 이란 당국은 구체적인 환경오염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즉각 이란에 한국케미와 선원의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하는 한편,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5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에 긴급 출동시켰다.

혁명수비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를 나포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6천억 원)로 추산된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난 달 5일 기자회견에서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며 "만약 여기에 인질범이 있다면, 그것은 70억 달러가 넘는 우리 자금을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비판, 동결자금과 관련된 억류임을 사실상 뒷받침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선박 및 선원 억류 조기 해제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다.

하지만 이란 측 고위급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동결 자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면서 "선박 나포는 동결 자금과 관계 없는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한국 대표단은 조기 억류 해제에 실패한 채 12일 귀국했고, 이후에도 이란 고위층은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억류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아왔다. 이란 정부의 한국케미호 선원 석방 결정 조치는 동결자금 해제 문제에 있어 눈에 띄는 진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란은 한국 정부의 요구에도 ‘해상오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지금까지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선원 석방 결정은 이란 동결자금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결노력을 믿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에 대한 이란 측의 기대에서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동결자금 해제를 위해선 미국 측의 협조가 필요한데 한국인을 계속 억류하고 있어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라고 여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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