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매번 꿈을 꾸기는 했다...100번째 경기 자축하게 돼 기뻐”
벤투 “손흥민의 능력 덕에 잘 된 것 같다...(4년간)모든 과정이 좋았다”
베리조 감독 “손흥민, 존재 자체로 경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선수”
“한국을 위한 100경기 출전, 축하해” 토트넘도 센추리클럽 가입 축하
손흥민(30·토트넘)이 남미 팀 칠레를 상대로 최전방 원톱으로 나서 기분 좋은 쐐기골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며 ‘센추리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의 강호’ 칠레와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100번째 A매치에 나선 뒤 후반 46분 한국 대표팀에 2-0 승리를 완성하는 쐐기골로 자신의 32호 골까지 기록했다.이로써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는 역대 16번째로 ‘센추리 클럽’에도 가입했다.
2010년 12월 시리아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어느덧 대표팀에서 12년을 보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뛴 경기만 해도 31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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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칠레의 경기. 손흥민이 센추리클럽 가입 시상식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2일) 브라질(한국 1-5 패)과 경기를 하고 며칠 안 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좋은 정신력과 좋은 자세로 경기에 임해줘 고맙다”고 동료들을 먼저 치켜세웠다.
이어 ”크게 지고 나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어려운 부분인데도 선수들이 잘 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내 100번째 경기를 승리로 자축하게 돼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100번째 경기여도 지고 나서 축하를 받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며 이날 경기만큼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이 잘 해줬고 운이 좋게 골까지 넣어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매번 꿈을 꾸기는 했다. 100번째 경기라는 게 10년이라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꾸준히 대표팀에서 생활해야 하는 건데, 미리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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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칠레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칠레전에 출전하며 A매치 100경기를 채워 한국 대표팀 역대 16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대전=연합뉴스] |
이날 손흥민의 ‘센추리클럽 가입 자축포’는 전반 12분에 터진 황희찬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면서도 80여분 간이나 추가골을 얻지 못해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추가 시간에 나왔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의 뒤꿈치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하던 황희찬이 페널티아크 안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에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수비벽을 피해 오른발로 감아 차 칠레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의 A매치 32호 골이자 ‘센추리 클럽 가입 자축포’였다.
손흥민은 4만여명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후반 47분 고승범(김천)과 교체됐고, 경기는 두 골 차 벤투호의 승리로 기분좋게 마무리됐다.
‘세계 최강’ 브라질에 혼쭐이 났던 벤투호는 이날 또 다른 남미의 강호인 칠레를 맞아 변화를 줬다. 브라질전에서 우리 대표팀의 유일한 득점자였던 황의조(보르도)를 벤치에 앉혀두고 그 대신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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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칠레의 경기. 골을 넣은 손흥민과 항희찬이 함께 걸어가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손흥민의 뒤를 받치는 공격진은 황희찬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나상호(서울)로 구성했다.
중원에서는 황인범(서울)과 정우영(알사드)이 경기흐름을 조율하고 수비라인은 홍철(대구), 권경원(감바 오사카), 정승현(김천), 김문환(전북)이 막았다. 골문은 변함없이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경기 초반 칠레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12분 황희찬의 시원스러운 선제골로 분위기를 바꾸며 기선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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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칠레의 경기. 대한민국 황희찬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미드필드 중앙에서 프라이부르크 정우영이 내준 공을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받아 몰고 간 뒤 페널티지역 안 왼쪽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문 오른쪽 상단을 강하게 흔들었다.
황희찬의 A매치 8호 골(47경기)이었다. 이날 칠레전을 마친 뒤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대표팀을 떠나는 황희찬으로서는 골에 담긴 의미가 더욱 더 남달랐다.
벤투호는 이날 후반 7분 칠레 수비수 알렉스 이바카체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점한 끝에 손흥민-황희찬이 멋진 호흡을 보이며 일궈낸 후련한 득점포로 칠레에 완승을 거뒀다. 한국으로서는 칠레전 역대 첫 승리의 순간이었다.
한국은 앞선 칠레와의 두 차례 A매치에서 득점도 없이 1무 1패만 기록 중이었다. 칠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28위로 한국(29위)보다 한 계단 높다.
다만, 칠레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세대교체에 들어간 터라 이번 방한 명단에는 알렉시스 산체스, 아르투로 비달(이상 인터밀란) 등 주축들이 대거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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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칠레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2-0 쐐기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벤투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원래 원톱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손흥민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을 2선 공격수들이 활용하는 게 우리 계획이었는데 손흥민의 능력 덕에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센추리클럽 가입을 축하한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지켜본 손흥민에 대해 “그와 함께한 모든 과정이 좋았다. 이런 선수를 지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며 “(손흥민은) 토트넘과는 상황이 다른 대표팀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수년간 좋은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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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칠레의 경기. 첫골을 넣은 후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벤투 감독은 이날 2-0 완승을 거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찾은 문제들을 보완하고 발전을 이룬 게 중요하다. 선제골 뒤에 경기를 잘 컨트롤했다. 공수 전환도 좋았다”면서도 “후반전에 더 일찍 추가골을 넣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수적 열세 끝에 패한 칠레의 에두아르도 베리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 중에 인상적인 선수를 꼽으면 단연 손흥민”이라며 “특히 수비수와 1대1로 마주할 때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존재 자체로 경기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고 손흥민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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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축구대표팀 에두아르도 베리조 감독이 한국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5일 롯데시티호텔대전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베리조 감독은 “손흥민 외에도 첫 번째 골을 기록한 선수(황희찬)가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베리조 감독은 자국팀과 운영과 관련해서는 "오늘 우리 팀에서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었다"며 "(젊은 선수들이) 손흥민 같은 선수들을 상대해보는 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많이 얻어간 경기"라고 했다.
칠레는 이날 후반 7분 수비수 알렉스 이바카체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수적 열세를 겪으며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칠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서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이번에 알렉시스 산체스, 아르투로 비달(인터밀란) 등 유명 선수들이 내한하지 않은 이유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베리조 감독에게 이번 한국전은 대표팀 데뷔전이었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도 그의 ‘센추리클럽’ 가입에 축하를 보냈다.
토트넘은 이날 오후 공식 트위터에 손흥민이 태극기를 양손에 쥔 사진을 올리며 “한국을 위한 100경기 출전, 축하해(100 appearances for South Korea! Congratulations, @Sonny7!)”라고 적었다.
이번 칠레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벤투호의 6월 A매치 4연전 중 2일 브라질전(1-5 패)에 이은 두 번째 경기다.
벤투호는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역시 남미 팀인 FIFA 랭킹 50위 파라과이를 상대로 월드컵 본선 준비를 이어간다.
한편,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의 치솟는 주가는 연일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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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선수에게 체육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수여한 뒤 축하해 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지난 2일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등급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직접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일 저녁 한국과 브라질 간 친선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손흥민에게 청룡장을 직접 전달했다.
스포츠 선수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룡장을 대신 수여하는 게 일반적인 사례였지만,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손흥민에게 청룡장을 수여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현역 축구 선수로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것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손흥민의 높은 주가는 자선경매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3월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신었던 축구화는 이날 국가대표팀 소장품 경매에서 1600만원에 낙찰됐다. 전날엔 친필 서명이 담긴 유니폼이 650만원에 낙찰됐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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