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00일 안된 여당이 리더십 위기로 비대위 전환 사상 초유
주호영, 취임 직후 간담회...”빠른 시간 내 정상적 지도체제 구축“
”정부여당, 심각한 신뢰위기 직면…갈등·분열 조속히 수습“
"민심 괴리된 정부 정책, 과감히 시정…정부 조율·견제"
이준석, 비대위 전환 강력 반발 ”가처분 신청합니다“ 전면전 선언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당 안팎에 산적한 과제를 안고 마침내 돛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9일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주호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김종인 비대위’ 이후 1년 2개월 만에 다시 비상체제를 가동하게 된 것이다.
지난 한달여 간 이어져 온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날 ‘주호영 비대위’ 출범으로 일단락됐지만, 집권 100일도 되지 않은 여당이 리더십 위기를 맞아 비대위로 전환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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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국민의힘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제3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 뒤, 오후 들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대구 출신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발표하고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이후 전국위 회의를 다시 열어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에 대해 ARS 투표를 한 결과, 위원 정수 총 707명 중 51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463표, 반대 48표로 가결됐다.
'주호영 비대위'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비대위원 인선을 마친 뒤 내주 초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 임명 안건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가 완료됨과 동시에 최고위는 공식 해산됐다.
또 이준석 대표는 '자동 해임'되면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끝나도 대표직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앞으로 ‘주호영 호’는 극심한 당 내홍을 수습하고 연일 추락하는 여권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 꺼져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고 출항하게 됐다.
하지만 당 안팎의 상황은 초유의 ‘비상’ 상황이어서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비대위 활동 기간과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놓고 당내 의견이 맞서고 있다. 비대위의 성격과 활동 기간 등을 둘러싸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에 반대해온 내부 목소리를 다독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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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의결할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
특히, 이준석 대표 측의 반발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해법을 찾아야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이 통과된 직후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합니다. 신당 창당 안합니다”라고 썼다.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따른 자신의 ‘자동 해임’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비대위는 자칫 출범과 동시에 법정 공방에 휘말려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장외 여론전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주호영 호’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전대 개최 시기 등을 둘러싸고 당권 주자들 간 신경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자칫 당내 권력 투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정교한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대 개최 시점과 맞물린 비대위 활동 기간을 두고 조기 전대를 염두에 둔 ‘2개월’과 정기국회를 마무리한 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최소 5개월 이상’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활동 기간 문제는 ‘관리형’ 혹은 ‘혁신형’ 등 비대위의 성격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다 보니 출범 이후에도 당분간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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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주 위원장은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예산편성 하는 데 여당이 전당대회를 한두 달 가까이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성격에 대해서는 ‘혁신형 관리 비대위’라고 이름 붙인 그는 “혁신과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전당대회도 관리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꾸려질 전망으로,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 구성을 목표로 인선이 진행되고 있다.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 의장 등 3명은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국민의힘은 상임전국위원회 의결까지 비대위 구성을 신속하게 진행해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17일 전엔 당 수습이 일단 마무리될 전망이다.
비대위 구성은 각계의 대표성과 원내·원외를 골고루 안배하는 콘셉트로 추진되는 가운데 친윤(親尹)계가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주 위원장은 이와 관련,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비대위’ 앞에는 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기 국회를 앞두고 대여 공세의 예봉을 가다듬고 있어 이를 막아 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다.
’주호영 호‘가 이처럼 산적한 과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또다시 삐걱댄다면 조기 전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등 당이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나라와 당이 매우 어려운 이때에 비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심이 컸지만, 나라와 당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저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우리 당을 향한 국민들의 질책이 너무 따갑다”면서 “우리가 넘어진 이유는 정부 여당이 초심을 잃고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년 전 그때의 절박하고 처절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며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또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며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만 당정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은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지도체제를 구축해 당의 리더십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일”이라며 “매우 엄중한 시기이고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 모두 합심하고 노력하면 다 돌파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사심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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