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머 상원 원내대표 상원 승리 선언…바이든 “우리 후보들 자질 덕분”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 따라 상원 최종 51대49 혹은 50대50 확정
공화, 하원도 박빙 승리에 그칠 듯…NBC “공화 219석, 민주 216석”
미풍에 그친 ‘레드 웨이브’에 트럼프 대선 재도전 선언도 타격 불가피
미국 집권당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 예상을 뒤엎고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게 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민주당이 상원 컨트롤을 유지할 것”이라며 “헌신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이번 승리를 가능케 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CNN방송, AP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민주당 캐서린 콜테즈 매스토 상원의원이 공화당 애덤 랙설트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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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방송이 14일(한국시간)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콜테즈 매스토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CNN방송 화면 캡처] |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동부시간 11시 21분 기준 개표율 98% 상태에서 매스토 의원은 48만7829표를 획득해 득표율 48.8%를 기록, 48만1273표(48.1%)를 얻은 랙설트 후보를 0.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불과 6556표 차이다.
이번 상원선거에서 네바다 주는 초접전 지역의 양상을 보였다. 랙설트 후보가 개표 진행 중반을 넘어가도록 선두였다가 매스토 의원이 막판에 이를 뒤집으면서 역전극이 연출되고 있다.
전날 애리조나주에서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이 공화당 블레이크 매스터스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 49석 대 공화당 49석으로 동률을 이룬 바 있다.
네바다에서 매스토 의원이 최종 승리하면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 50석 대 공화당 49석이 된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남은 조지아주의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 다만, 중대한 입법 결정에 필요한 60표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해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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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수도 프놈펜에서 지난 8일 미국에서 열린 중간 선거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현재 조지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중간선거 개표가 마무리 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상원 100석 중 50석을 확보하며 이번 선거 이후에도 미국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프놈펜 로이터=연합뉴스] |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 승리 소식을 듣고 ”놀랍지 않은 결과다. 매우 기쁘다“며 ”우리 후보들의 자질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이제 조지아에 집중할 것“이라며 ”나를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상황에 대한 느낌이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지아주의 경우, 지난 8일 선거에서 민주당 라파엘 워녹 현 상원의원(49.4%)이 공화당 허셜 워커(48.5%)에 앞섰다. 그러나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치르도록 한 주 선거법에 따라 다음달 6일 결선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지아에서 워커 후보가 승리해 의석수가 50대 50이 되더라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상원 다수당 수성에 성공하게 된다.
조지아주에서 워녹 현 상원의원이 결선투표에서도 이기면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 비율은 51대 49가 된다. 새롭게 뽑힌 상원의원들은 내년 1월 3일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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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11시21분(현지시간)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 개표 진행 상황. [CNN방송 홈페이지 캡처] |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주와 접해 있는 네바다주의 선거구는 주도인 카슨 시티와 16개 카운티 등 모두 17곳으로 이뤄져 있다.
17곳의 선거구 가운데 공화당 랙설트 후보는 주도인 카슨 시티와 더글러스 카운티 등 15곳에서 앞서고 있고, 민주당 매스토 의원은 라스베이거스가 위치한 클라크 카운티와 이혼 재판소로 유명한 리노(Reno) 시 소재 와슈 카운티 등 단 2곳에서만 앞서고 있다.
매스토 의원은 네바다 주에서 유권자가 1,2번째로 많은 클라크 카운티와 와슈 카운티에서 앞서면서 랙설트 후보를 사실상 따돌렸다.
CNN에 따르면, 클라크 카운티에서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10시17분 기준 매스토 의원이 35만825표(52.3%)를 얻어 랙설트 후보(30만326표‧44.7%)를 5만499표로 앞서고 있다.
와슈 카운티에서도 매스토 의원은 동부시간 오후 11시21분 기준으로 9만6192표(50.6%)를 얻어 랙설트 8만8355표(46.5%)보다 7837표를 더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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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투표소에서 중간선거 투표를 마친 뒤 떠나고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거 결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도전 전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팜비치 AFP=연합뉴스] |
이번 중간선거 결과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 자리를 차지할 것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상외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원과 관련, CNN 방송은 공화당이 211석, 민주당이 204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NBC 방송은 공화당이 다수당 기준인 218석을 넘은 219석을 확보해 민주당 216석에 앞선 것으로 전했다.
‘레드 웨이브’를 외치며 내심 양원 싹쓸이를 기대했던 공화당으로서는 하원을 탈환하긴 했으나 근소한 차이에 머물렀고 상원은 놓치면서 반쪽짜리 성적표에 그치게 됐다. 여야 지지세가 팽팽한 주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공화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CNN 방송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우리의 의제, 우리의 성취, 그리고 미국과 미국 국민을 위한 승리이자 정당성“"이라고 자평했다.
대통령 임기 도중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집권정당에게는 무덤으로 통한다. 이번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하원에서 대승을 거두고 상원마저 손아귀에 넣을 것으로 여겨졌다.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막대한 지원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며 바이든 정부가 크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자들 공천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 ‘레드 웨이브’를 일으키며 상하원을 장악한 뒤 멋지게 대선 출마를 선언할 참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조했던 공화당 후보들을 물리치고 예상외로 선전하며 상원에서 다수당을 굳혔다.
상원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첫 임기의 남은 2년 동안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상원 민주당이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거부할 수 있고 자체 의제를 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을 유세 전면에 내세워 경제실정론 등 심판론을 기치로 내걸었던 공화당은 기대에 못미치는 개표 결과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재도전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비롯, 당내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공화당은 죽었다. 이제 이것을 땅에 묻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세워올려야 할 시간“이라고 적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강화됐다.
2년 뒤 대선 재도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당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가 미풍에 그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트럼프' 성향을 내걸고 출마한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계다가 당내 강력한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 중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하면서 공화당 내 트럼프의 입지는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조기 레임덕’ 우려가 제기돼온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하원을 내주는 대신 상원을 지켜내는 뜻밖의 ‘선방’으로 재선가도에 다소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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