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의 영화 ‘로맨스 빠빠’와 이만희 감독의 ‘휴일’, 유현목 감독의 ‘수학여행’ 등 1950년~1960년대 서울의 풍경이 잘 담긴 12편의 영화 작품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새롭게 선정됐다.
AP통신 특파원의 집이었던 딜쿠샤에 거주한 메리 린리 테일러의 자서전 '호박목걸이' 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12편의 영화 작품을 비롯해, 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는 과자점과 음식점, 강릉 김씨부인이 1913년 서울을 여행한 기록으로 당시 서울의 풍경이 잘 묘사된 ‘경성유록’ 등 총 23개의 유·무형 자산을 2021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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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린리 테일러의 자서전 '호박목걸이'. [서울세 제공] |
2013년부터 시작된 ‘서울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과 감성을 담고 있는 근‧현대 서울의 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으로, 올해 23개의 미래유산을 새롭게 선정해 누적 총 506개가 됐다.
서울미래유산은 시민의 자발적인 발굴과 보존을 원칙으로 진행된다. 시민, 전문가 등이 제안한 선정대상 후보를 접수해 사실 검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초현황조사,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소유자의 보존의지를 확인하는 동의 절차를 거쳐 선정된다.
올해는 총 96건이 신규 제안됐으며, 연구진의 기초심의를 거친 68건이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에 상정되어 심의를 거친 뒤 29건의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그 중 소유자가 동의한 23건이 최종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미래유산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회관으로 세워진 건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과 1970년 이후 조계사 입구에 형성된 ‘견지동 불교용품거리’, 그리고 딜쿠샤의 안주인 메리 린리 테일러가 서울살이를 기록한 자서전 ‘호박 목걸이(CHAIN OF AMBER)’ 등이 포함됐다.
테일러의 자서전 ‘호박 목걸이’에는 3·1운동의 역사적 순간부터 당시 서울 사람들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딜쿠샤는 미국의 기업인 겸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와 영국 출신인 그의 아내 메리 린리 테일러가 살던 곳으로, 1917년부터 1942년까지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지상 2층 규모의 서양식 주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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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과자점 및 음식점 4곳. [서울시 제공] |
올해에도 서울미래유산에는 대를 이어 맛과 정취를 지켜가는 식당, 분식집, 과자점 등 4곳이 선정됐다. ‘소문난 개미집’(1944년 개업), ‘복싱각 마포본점’(1953년 개업), ‘김용기 과자점’(1965년 개업), ‘소라분식’(1971년 개업)이 그곳이다.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 여파로 많은 상가들이 폐업을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대를 이어 경영하는 가게들이 오래 보존되어 많은 시민들의 추억의 장소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신규 서울미래유산 목록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역사관’과 ‘신설동 2호선 비영업 승강장’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역사관은 근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를 전시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신설동 2호선 비영업 승강장은 1호선 건설 당시의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폐쇄된 역사로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다.
12편의 영화 작품은 ‘로맨스빠빠’와 ‘휴일’, ‘수학여행’을 비롯해, ‘어화’(안철영), ‘돈’(김소동), ‘지옥화’(신상옥), ‘여사장’(한형모), ‘박서방’(강대진), ‘삼등과장’(이봉래), ‘워커힐에서 만납시다’(한형모), ‘젯트부인’(이규웅), ‘도시로 간 처녀’(김수용)이 포함됐다. 신상옥 감독과 한형모 감독 작품은 2편씩이다.
‘로맨스 빠빠’(1960년)는 1960년대 서울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고, ‘젯트부인’(1967년)은 한국에서 최초로 대규모 아파트로 건설된 마포아파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다. ‘어화’(1939년)는 당시 한국영화의 기술·형식·내용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경성 중심가 호텔, 돈화문 버스정류장, 근대적 사무실 등 당대 경성 풍경을 잘 보여준다.
2005년에야 비로소 처음 일반에게 공개된 ‘휴일’(1968년)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당대 한국 청춘들의 우울한 현실을 뛰어난 예술적 감닥으로 담아낸 영화이고, ‘수학여행’(1969년)은 선유도 어린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968년 당시 서울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시로 간 처녀’(1981년)는 1980년대 서울로 상경한 시골 여성들의 노동 문제를 담은 영화로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울시는 선정된 ‘서울 미래유산’에 대해 미래유산 인증서와 동판 형태의 표식을 교부하고, 대중매체 등을 활용해 해당 미래유산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려 나간다.
서울시는 또한 2018년부터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힘든 미래유산을 대상으로 소규모 수리비를 지원하거나 맞춤형 홍보물 제작을 지원하는 등 미래유산을 지켜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 미래유산은 향후 미래세대에 빛나는 보물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미래유산 소유자와 시민들이 함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하는 근현대 역사문화재”라며 “서울 미래유산을 선정하고 소중히 관리하는 데 미래유산 소유자와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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